“북핵 인정 안될 말”-“사실 말한 것뿐” 마찰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의 북핵 관련 발언이 7일 당 중진 의원 간의 설전으로 번졌다.

정 대표는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김일성·김정일 정권의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재래식 무기로 군사 경쟁이 안돼서 그렇게 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김대중·노무현) 진보 정권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또 대북 지원과 관련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인도적 지원은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치고는 상당히 진보적인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친박(親박근혜) 계열의 이경재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 대표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정 대표가 토론회 질의 응답 과정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20년 전부터 추진해왔기 때문에 10년 간 좌파 정부에만 책임을 돌리기 어렵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핵 개발은 나름대로 인정할 점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 엄청난 문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대북 쌀 지원 문제도 거론했다.

이 의원은 "(정 대표가) 군사적으로 전용하더라도 북한에 쌀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전혀 의외의 말씀"이라고 몰아붙였다. 이 때문에 이념 및 계파 갈등이 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같은 친박 계열인 홍사덕 의원이 이 의원의 발언을 반박하면서 계파 갈등 우려는 가라앉았다. 하지만 홍 의원은 "북한이 핵을 통한 비대칭 전력을 확보해 남북 간 전력 불균형을 깨려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정 대표를 두둔하며 북핵 문제에 대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홍 의원은 "내가 알기로 북한이 핵을 갖기 위해 노력한 시점은 20년이 아닌 30년 전부터"라며 "정치인인 당대표가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을 비판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특히 "쌀 일부는 사료로 쓰자는 말까지 하면서 북한에 쌀을 보내지 말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보수 정당도 나름의 금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경재 의원 같이 우려하는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다"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지만, 홍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갔다.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정 대표는 자신의 북핵 관련 발언을 상세히 소개하고 의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정 대표가 '북한이 자기 나름대로 발버둥을 친다'는 뜻으로 이야기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정 대표가)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앞으로 단어를 가려 가면서 발언에 유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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