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중국을 다시 생각한다 기사의 사진

도대체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나아가 한반도에 대해서는? 물론 공식적인 입장은 이미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안 되며,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마음도 그럴까? 일본(인)을 상대하려면 각각 겉모습과 속내를 의미하는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를 잘 구별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중국에도 한반도에 대한 다테마에와 혼네가 있는 건 아닐까? 중국의 북핵 관련 행보와 남북한을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원자바오 총리의 이번 방북만 해도 그렇다. 중국은 원 총리 방북 기간 중 여러 건의 경제 분야 합의문건들에 조인했다. 그 중에는 10억 위안(1720억원)으로 추산되는 압록강 다리 신설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식량과 에너지 등 2000만 달러(233억원) 상당의 무상원조를 북한에 제공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스스로 상임이사국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따라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실행하고 있는 판에 거꾸로 대규모 지원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1874호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했고, 한국 정부도 이를 수용한다는 방침이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가 크게 흔들릴 것은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북핵문제가 북·미 양자 중심으로 흘러감으로써 자국의 역내 입지가 줄어들 것에 경계심을 느낀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에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중국의 의도는 실패했다고 해도 좋다. 북한이 북·미 대화 진행상황을 봐서 6자회담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겉으론 北核 안된다면서 제재 대신 북한 지원하는 중국…그 속내는 뭔가?”

사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훨씬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에너지 지원을 끊거나 대폭 줄이는 것이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약 90%를 공급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에너지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꼼짝없이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되레 대북 지원에 나섰다. 북한이 중국의 채찍에 반발해 미국 품 안으로 들어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비추어 북한 비핵화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속셈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추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북한의 핵 폐기나 한반도 통일 대신 현상 유지를 더 바라는 게 중국의 본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채택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718호가 유명무실화되고, 북한이 2차 핵실험까지 실시한 데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 워싱턴 포스트의 지난 6월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안보리 결의 1718호에 아랑곳없이 대북 무역을 크게 늘려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사상 최고치다.

그 가운데 큰 몫을 차지하는 중국의 광물 수입 대금은 모두 북한군에 흘러들어갔다. 북한의 광물 수출은 전적으로 군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포스트는 "중·북 교역이 현재대로 지속된다면 북한은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일본 외교관의 말을 인용했거니와 중국이 의도적으로 북핵 해결을 질질 끌고 있거나 심하게 말해 훼방놓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의 대한 영향력은 북한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단히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한국의 1위 무역 상대국이자 최대 직접투자국이었다. 남북한 모두 실질적으로 중국 경제권의 속방으로 편입된 셈이다.

중국이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도 확대해 다시 옛날처럼 한반도의 상국(上國) 행세를 하려 한다면? 중국에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나아가 공중증(恐中症)이라고 할지 몰라도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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