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인터넷 글을 검색하면 이런 표현이 많이 나온다. 어제 한글날을 맞아 어느 정당이 내놓은 논평에도 이 대목이 있다. 여기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한글이 아니라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책이다. 둘째, 세계문화유산은 세계기록유산의 잘못이다. 기록유산은 기록물 자체를 가리키며, 문화유산과는 다르다.

모든 문자는 그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 양태를 가장 적합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문자 사이에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논의도 있다. 그렇지만 한글이 우수하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글의 음성 구현 능력은 실로 막강하다. 웃음소리를 하하, 호호, 흐흐, 후후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도 기가 막혀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자판을 누를 때의 편리함은 영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영어와 한글은 표현 방식이 다르다. 영어에는 발음기호가 따라붙는다. 예컨대 사람 이름이 'Bob'이면 '밥'으로 읽는지 '봅'으로 읽는지 밝힌다. 한글은 발음기호가 필요없다. 대신 표기법을 밝혀야 한다. '아울렛'인지 '아웃렛'인지 정하는 것이다. 영어는 어떻게 발음하느냐가 관건이고, 우리말은 어떻게 표기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한글의 구현 능력이 탁월한 것까지는 좋은데, 이 같은 표기의 선택에서 난감할 때가 많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아옹, 아웅, 냐옹, 니아옹 등으로 들리는데 이 중 어느 것을 취해야 하는가. 사전을 보면 북한 고양이는 '아웅' 하고 남한 고양이는 '아옹' 한단다. '냐옹'이나 '니아옹'은 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다.

모두 다 쓸 수 있도록 하면 안 될까. 현행 규범은 손사래를 친다. 글이 문란해진다는 것이다. 그 말을 수긍하자니 우수한 문자를 가진 국민이 국어 실력은 형편없다는 얘기를 감수해야 한다.

맞춤법을 없애자는 얘기가 가끔 나온다. 황당한 논리 같지만,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차원에서는 검토해 볼 만도 하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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