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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노벨위원회가 하고 싶었던 말

[백화종 칼럼] 노벨위원회가 하고 싶었던 말 기사의 사진

노벨위원회는 미국의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에게 벌을 줄 수 없어 현 대통령 오바마에게 상을 주었다. 오바마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기자가 갖게 된 첫 느낌이었다.

대통령 취임 9개월 동안에 그가 노벨상을 탈 만큼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한 공로가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가 미국의 국제 관계에서 부시의 정책을 전면 수정한 일이 선정 이유일 것으로 짐작했다.

9·11테러 이후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민의 충격을 달래고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세계 평화라는 명분 아래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은 9·11의 배후인 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항구적 평화작전'에 돌입했으며, 대량살상무기의 보유 의혹을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리고 북한과 이란 등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힘에 의한 강경책을 구사했다.

이 과정에서 피아간에 군인은 물론 민간인들까지 무수히 희생됐다. 미국은 또 적대국에게 무조건적인 굴복을 강요함은 물론 우방들에게도 "나를 따르라"며 인적 물적 지원을 요구하는 등 일방주의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미국의 맹방들은 양국의 우호관계와 미국이 유일 슈퍼 파워라는 점 등 때문에 "부시의 푸들(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이라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부시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했다.

부시에게 벌 주는 대신…

그러나 부시의 대통령 재임시 그가 힘으로 해결하려 했던 문제들은 전혀 진전이 없었고 지금 오바마에게도 진퇴양난의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네오콘을 배경으로 한 부시의 독불장군 식 세계 정책은 중동 국가 등의 반미 감정을 심화시켰고 우방국들로부터도 반발을 초래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고립돼 갔고 결국 미국 내에서조차 지지를 잃기에 이르러 오바마라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분쟁과 핵무기 등 전임자가 저질렀거나 풀려다 더 악화시킨 문제들을 떠안은 오바마는 이들 현안에 '강제하지 않고 승복을 이끌어내는 힘', 즉 소프트 파워로 접근했다. 그는 "미국은 중동의 적이 아니다"는 말로 부시의 대중동 강경책에서 탈피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 같은 외교 방식은 리비아나 베네수엘라 등 부시 때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나라들과 얼마간 관계개선의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국제 분쟁을 해결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은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이라크와 아프간 사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역시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성과 아닌 기대에 대한 賞

이처럼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오바마가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선 논란이 없지 않다. 다만 노벨위원회의 발표문을 보면 오바마가 부시와 다른 국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느낌을 준다. 발표문은 "오바마는 국제 정치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대화와 협상은 국제 분쟁에서도 해결의 수단으로 선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자외교가 중심을 되찾았다" "민주주의와 인권도 강화될 것이다"는 발표문 대목도 부시와 대조되는 오바마의 모습이다.

노벨위원회는 오바마를 선정함으로써 부시의 미국이 이끌어왔던 세계질서의 종식을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식의 국제 정치는 혼란만 야기할 뿐이니, 오바마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대화와 협상으로 국제 정치를 해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오바마의 수상은 이처럼 성과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기대에 대한 것이다. 국제분쟁 해결과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이 노벨위원회가 기대했던 것처럼 다자외교, 대화와 협상에 의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들 문제가 힘에 의한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못하고 혼란만 거듭하고 있는 데 대해 지쳤으니, 이제는 평화적 방식에 호소해보자는 많은 세계인들의 뜻을 노벨위원회가 수렴 반영한 게 이번 선정 결과인 듯싶다.



백화종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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