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칼럼] 김포공항 살리기 기사의 사진

이따금 김포공항을 이용하면서 드는 소회. 대한민국 대표 국제공항으로 성시를 이뤘던 예전 자취를 찾아볼 수 없이 퇴락한 분위기에 심란해지곤 하는 것이다.

개발연대, 우리의 고도성장기 김포공항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관문이었다. 국적기가 최초의 국제노선에 취항하기 위해 이륙한 곳도 김포공항이요, 수다한 유학생과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청운의 뜻을 품고 미지의 세계로 가기 위해 출국수속을 밟은 곳 역시 거기였다. 수출역군들이 샘플 보따리를 꿰어차고 5대양6대주로 뛰쳐나간 곳도 김포공항이었다. 장기간 해외 출장이나 외국 근무 뒤 귀국해 올림픽 도로를 타고 시내로 향할 때,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싱그런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란.

그러던 김포공항은 2001년 5월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기점으로 급속히 퇴락한다. 말만 국제공항이었지 국제노선이 사라진 김포공항은 철시한 장마당처럼 썰렁한 분위기의 초라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더욱이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 공항으로서의 입지가 확고해지면 확고해질수록 김포의 초라함은 더욱 깊어졌고.

김포공항은 김포∼하네다 간의 국제선 전세기 취항을 계기로 쇠락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김포∼오사카, 김포∼홍차오(상하이) 등의 노선이 추가되어 빈약하나마 국제공항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김포국제공항' 표지는 을씨년스럽다.

“인천공항 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김포공항의 탁월성도 존중돼야 한다”

사실 김포공항의 국제경쟁력은 엄청나다. 애초 국제공항으로 조성·증축되었으니 기본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공항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접근성이 무엇보다 뛰어나다.

수도 도심에서 공항까지 1시간 이내에 미화 1달러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이 가능한 국제공항이 세계에 몇이나 될까. 서울 도심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지하철 5, 9호선과 시내버스 18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수도권 및 지방도시와도 시외버스 14개 노선, 직행버스 26개 노선이 그물처럼 연결돼 있다. 여기에다 공항시설 활용률이 50% 미만으로 혼잡도도 낮아 출입국 수속 또한 간편하다.

실제로 서울시내에서 김포∼하네다 노선을 이용할 경우 공항접근-수속-비행-행선도시 시내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 30분으로 인천∼나리타 노선(6시간 이상)에 비해 2시간 반 이상 절약된다. 김포∼홍차오 노선역시 인천∼푸둥에 비해 2시간이 단축된다. 더욱이 김포공항은 유휴 시설과 공간을 개발해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공항서비스와 함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공항(bizport)으로서의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바로 김포공항에 대한 족쇄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훈령 제165호에 규정된 '김포공항의 국제선 전세편 운영규정'에 따르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항공사들이 김포공항에 시장성 있는 노선을 개설할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반경 2000㎞ 이내의 공항과의 노선 개설만 가능하다. 지난달 폐지되긴 했지만, 인천공항의 '영업'에 영향을 미치면 안된다는 방침에 따라 김포공항의 전세노선 개설은 환승률을 10% 미만으로 유지하고, 인천공항의 기존 정기편이 20% 이상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했었다.

김포공항의 국제노선 추가개설 수요는 김포공항이나 국내 저가항공사뿐 아니다. 아시아 각국의 외국 항공사와 공항들도 김포공항 노선 개설을 원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노선은 김포∼홍콩(2085㎞), 김포∼광저우(2061㎞), 김포∼선전(2,080㎞)이다. 2000㎞ 거리제한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 노선은 특히 비즈니스 수요가 많다.

인천공항의 경쟁력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김포공항이 불이익이나 역차별 받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김포공항 역시 국가 주요기간시설이기에 시설 유휴화는 국가경쟁력이나 국민 편익 면에서 모두 손실이다.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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