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窓―최광식] 연극하는 과학 기사의 사진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조만간 정부출연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도 있을 터인데 국회의원들의 송곳 질문과 호통에 쩔쩔맬 과학기술 연구기관장들의 모습을 국회 TV로 보게 될 일이 벌써부터 부담스럽다. 항간에는 이를 시청자를 의식한 정치인의 한판 쇼라고 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에겐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에 서투르다는 일종의 '소통 콤플렉스'가 있다.

'과학자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그 결과 정책결정의 언저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다.

몇년 전 언변 좋고 대중매체 요리에 능숙한 과학자 한 사람이 줄기세포라는 메뉴를 갖고 혜성처럼 등장하여 인기몰이를 하다가 논문의 윤리성 시비에 휘말려 낙마했다. 이 사건은,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 스타 과학자의 등장에 크게 고무되었던 과학계에게 엄청난 좌절을 안겨주었다. 이 역시 국민들에게는 한판의 연극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 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과학기술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계속 강조되더니 드디어 과학이 연극과 손을 잡았다.

연극은 기원 전 2000년 께 이집트 오시리스신의 이야기 공연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서구의 연극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어 로마에서 번성하였다 한때 쇠락하더니 16세기 후반 셰익스피어에 의해 영국에서 다시 부흥하였다. 동양에서는 기원 전 1000년 께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 드라마가, 일본의 경우 17세기 가부키와 노 등이 시초였다. 현대에 이르러 연극은 사랑, 정치 및 풍자 등이 주된 소재를 이루었다.

과학과 연극이 만난 소위 '과학연극'은 천재과학자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대화를 소재로 한 '코펜하겐'의 공연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핵분열의 발견과 핵폭탄의 제조를 둘러싼 이들의 고뇌와 갈등을 다룬 이 연극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공연되었다.

이달 중 창작과학연극 '다윈'이 공연될 예정인데, '종의 기원' 출간을 20년 동안 망설인 찰스 다윈의 인간적 고뇌와 그 출간을 둘러싼 역사적 오해와 진실을 다룬다고 한다. 그 외에 과학교육 목적으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극도 시도되고 있다.

연극은 그 강력한 몰입효과로 인해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의사 조셉 모레노가 연극 기법을 도입하여 시작한 사이코드라마는 극중에서의 역할몰입과 역할교대를 통하여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원자력의 위험에 대한 종사자들 의식변화를 위해 심리극, 즉 소시오드라마를 해오고 있다. 원전 지역 주민들과 원전 운영자, 규제자들이 함께 연극을 하다가 입장 차이로 의견이 대립되는 대목에서 역할교대를 함으로써 단순한 '이해의 개선'이 아닌 '심리의 변화'를 유도한다. 또 이를 집단교육프로그램 시작할 때 시행하면 교육내용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고 참석자들 간 마음의 벽을 터준다. 반응이 좋아 다음달에도 원자력 국제교육과정에서 시행할 계획이다.

과학의 이해와 과학교육을 위해 과학이 연극을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가고, 또 연극이 고갈된 소재를 과학에서 찾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이는 학문 간 융합이라는 요즈음 트렌드와도 부합한다.

연극을 통한 심리적 체험에 대하여 더 이해하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한다면 연극과 과학은 더욱 가까워지고 과학연극의 성과도 더욱 커질 것이다. '연극하는 과학'이 '한판의 쇼'나 '연극'을 넘어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심리적 거리감 해소와 함께 과학자들의 소통 콤플렉스 개선에 기여하는 수단으로 더욱 큰 호응을 얻게 되기 바란다.

최광식 원자력안전기술원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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