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 대기자의 정치 외야석] 하루를 해도 총리입니다 기사의 사진

정운찬 총리님. 늦게나마 총리직에 취임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9월 말 국회에서 총리 인준안이 어렵게 통과되고 이제 총리께서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나 했더니 민주당이 또다시 대대적으로 한국신용평가 이사 재임,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고문직, 청암재단 이사직 문제를 놓고 총리님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마음이 참 불편하시겠습니다. 국민은 총리께서 이렇게 상처를 받고 과연 제대로 총리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 그만 둘 각오로 직무수행을

아시다시피 저는 총리님과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는 언론인입니다. 총리께서 후보 지명을 받은 후 지인들을 만나 취재를 하고 또 기록들을 접하며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총리님을 파악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면관계상 먼저 결론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하루를 해도 총리고, 1년을 해도 총리입니다. 야당이 제기하는 것처럼 총리께서 도덕적 하자가 많아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오. 그러나 청문회 직후 말씀하신 것처럼 "부족한 사람인 것은 맞지만 나쁜 짓을 한 몹쓸 사람은 아니다"고 한 말씀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내일 그만 둘 각오로 총리직을 수행하십시오.

전 교육부 장관이시며 총리님의 서울대 선배 총장이신 조완규 박사를 만나뵈었더니 "청문회를 잘 참아내는 것을 보니 총리직을 잘할 각오가 돼 있는 것 같다"고 평하셨습니다. 그 분은 트루먼 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지배하지 말고 봉사해라(Not to govern but to serve)"는 당부를 총리께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만난 사람들은 총리님의 장기가 '겸손함과 차별이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자기 불편을 감수하면서 남의 어려움을 발벗고 나서는 성격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칭찬만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처럼 "껍데기는 좋은데 내용이 좋지 않다"고 악평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전임 한승수 총리가 "총리 자리는 출세를 위한 자리도, 즐기기 위한 자리도 아니다"고 한 말을 기억하십시오. 전임자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그분도 지난해 2월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속상한 일을 겪었고 그 후 "(청문위원들이) 의혹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언론은 사안의 본질을 모르고 그대로 보도할 때가 가장 속상했다"고 말을 했습니다. 아마 정 총리께서도 공감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분야를 20년 넘게 취재한 정치담당 대기자로 이번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몇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질문만 하고 답변은 부각이 안되는 '아니면 말고'식의 현 청문회는 문제입니다. 저는 첫째 주제별로 묶어서 질문을 하고, 둘째 질문시간과 답변시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셋째 청문회 기간을 늘리더라도 판단력과 기억력이 흐려지는 심야회의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총리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총리께서는 '교육= 희망'이라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분입니다. 재임 중 가장 힘써야 할 분야가 교육입니다. 중도실용과 친 서민 국정의 실현, 변화와 개혁의 사회통합과 함께 주문드리고 싶은 것은 국민들에게 '교육의 꿈'을 심어주십시오.

국민에 ‘교육의 꿈’ 심어주길 기대

하루 먹을 쌀이 없어, 죽을 먹을 때보다 배를 곯을 때가 더 많았던 충남 공주군 탄천면 분강리의 가난한 정운찬 소년이 오늘에 이른 것은 교육의 힘입니다. 공주에 그냥 머물렀으면 지금쯤 60대 초반의 농군이 되어있겠지요. "공부할 때 항상 90점 이상은 받았다.(총리로)일을 하면 그 정도는 받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보다 자신있게 당당하게 일 하십시오. 밑에서 써준 메모를 버리십시오. 정 총리님의 색깔을 내십시오.

정 총리께서는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를 두려워할 줄 아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총리는 말이 아닌 업적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릅니다만 물러날 때 국민들의 박수를 받고 정부청사를 떠나는 총리가 되길 바랍니다. 행여 총리 다음 자리로 대권을 생각하며 총리직을 수행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총리는 출세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라는 전임 총리의 말씀을 다시 옮기며 글을 맺습니다.

이강렬 대기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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