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김명자] 전기차 앞날 장밋빛인가 기사의 사진

치열한 녹색경쟁 속에서 정책 용어도 흥미롭다. 일본은 그들의 에너지 고효율 방식을 서구사회에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저탄소사회'를, 미국은 경제 침체에 대응하여 인프라 재건과 녹색 이미지를 융합시킨 '녹색 뉴딜'을 이미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다 통이 큰 저탄소 '녹색성장'의 발전관(發展觀)을 내어놓았다.

에너지를 비롯한 자원위기, 기후변화로 대변되는 환경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해, 성장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한 마디로 발전의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고 개발도상국으로서 결코 멈출 수 없는 성장 전략도 함께 고려한 상생의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녹색시대에 걸맞은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아울러 소비도 지속 가능한 행태로 바뀌어야 한다.

量産 앞당긴 것 환영할 일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게 어찌 녹록한 일이겠는가. 때문에 지혜와 역량을 총결집해 경쟁력 있는 영역을 만들어내는 전략적 접근이 필수다.

이런 관점에서 산업적 파급효과와 녹색 소비로의 전환에서 핵심이 되는 전기차를 빼놓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전기차 양산 계획을 2011년으로 앞당기고 추진 계획을 내놓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당장 녹색성장의 기치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우리로선 결코 놓칠 수 없는 분야이거니와 더 중요하게는 전기차 보급이 자동차 기술 혁신을 훌쩍 넘어 그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녹색 기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핵심에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놓여 있다. 이처럼 혁신 속도가 빠른 IT와 융합되는 까닭에 자동차 기술은 하이브리드 카 단계를 건너뛸 듯 플러그인 형태를 비롯, 전기차 단계로 급진전되고 있다. 또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와 고유가 등으로 전기차 보급이 더욱 속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전기차의 앞날이 장밋빛은 아니다. 가격 경쟁력과 효율성, 충전 신속성을 두루 갖춘 배터리 기술은 물론, 충전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환경부 재임 시절 2002년 월드컵에 대비, 천연가스 버스를 도입하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덕분에 서울 공기가 좋아졌지만 당시엔 '이럴 줄 알았더라면 시작하지 않았으리라'는 푸념이 절로 나오는 고생길이었다. 압축천연가스 충전소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애써 따놓은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해 국회에서 엄청 혼났다. 소관상 네다섯 부처가 얽혀 있는데다 대도시 도심에서 부지를 찾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었다.

전기차 충전 개념은 이와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스마트그리드의 진화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입법에 의해 스마트그리드 도입을 촉진한 것도 플러그인 전기차의 기술적·경제적 분석에 기초해 이뤄진 조치였다.

전기차 보급은 자동차 네트워크 접속을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에너지 거래 체계와 사회 인프라의 근본적 변화를 유발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앞날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범부처적 지원과 의지가 중요하다. 기술적·사회적으로 100년 넘게 엔진 자동차에 길들여진 의식 기반의 관성을 극복해 시장의 신뢰를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기존 탄소 경제에서의 세수가 점차 줄고 녹색 기술에 대한 지원 규모는 늘려야 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력 인프라 등 완비되어야

그러나 현재 시점의 기준으로만 재단한다면 국가 발전의 미래 비전을 향해 앞으로 나가는 길은 막히고 만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신성장동력을 위한 그랜드 디자인은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기술의 역사는 우리에게 기술 혁신의 역동성이 사람들의 예측을 훨씬 초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음을 일깨운다. 중앙집중식 유선전화 체계를 대체해 사람마다 분산형 이동전화를 지니게 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누가 알았으랴. 최근 세계적인 자동차 선도 기업들의 동향을 보면 전기차의 앞날도 그렇게 전개되지 않겠는가 하는 감이 든다.

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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