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對국민 국감보고서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한나라당이 입법부의 의미를 망각하고 있다."



일전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이 국정감사와 관련, 한나라당을 이렇게 공격했다. 여당의 정부 감싸기가 지나치다는 뜻이었겠는데 말인즉슨 옳다. 권력분립제의 의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정치의 구조와 과정이 크게 왜곡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가 권력을 담당하는 기관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나뉘어 있지만 이른바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정부 견제 대신 여야 정쟁만

국정감사는 국회의 정부에 대한 견제의 전형이다. 당연히 여당 의원이든 야당 의원이든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국감에 임해야 한다. 중학생쯤만 되어도 알고 있을 이 상식이 우리 국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여당이 정부 편을 들어 야당들과 맞서는 것이다. 국회의 권한 행사를 그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저지하고 방해하는 형국이다. 실소를 금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게 우리나라 대의정치의 현실이다. 말하자면 국회의원과 정당의 자기부정, 자기부인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마냥 민주당 역성을 들어줄 일은 아닌 것 같다. 민주당 역시 여당 때는 같은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정당이기를 부인한다면야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다만 역할의 교대일 뿐이다. 단 한 가지도 빠뜨리지 않고 어쩌면 그처럼 고스란히 역할을 바꿀 수 있는지 놀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좋은 머리로 대의민주정치의 성숙에 기여해 왔다면 지금쯤은 '정치 선진국'이 되고도 남았을 텐데….

권력구조(대통령제)와 정당제도의 부조화, 지역연고주의에 함몰된 한국적 정당정치, 중앙당의 일방적 공천권 행사, 집단이기주의, (일부 정치인이 보여주는) 동아리 혹은 정당으로부터의 분리불안 심리와 이로 인한 과잉 충성 등 대의민주정치의 정상적 작동을 저해하는 요인은 아주 다양하다. 당연히 이를 완화하고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정치인들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임기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여러 대안을 제시해오지 않았느냐고 할 것인가? 이런 말은 흡사 대통령이 그 권력을 정당의 리더 및 국회의원들과 나눠야 한다는 주장 같이만 들려서 귀가 개운하지 못하다. 거대한 권력기관이 되어 있는 각 정당의 중앙당을 해체하거나 대대적으로 축소시키겠다는 말은 없다. 내것은 놔두고 남의 것만을 나눠 갖자고 하는 격이다. 장담하건대 이런 의식으로는 개헌이 아니라 무엇을 해도 우리 정치의 미숙성은 극복되지 않는다.

국회의 권위 스스로 세워야

다시 국감이야기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뒤 정부 4대강 사업의 각종 문제점을 담은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야당으로서는 시도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국정감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여당이 보고만 있으려 할 리가 없다. 경쟁적으로 백서를 낼 게 뻔하다. 정쟁을 확대재생산하는 이상의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말인데 국회 차원의 국정감사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국정감사를 진행했고 얼마나 예산 심의에 반영했는지, 그리고 정부가 국감 결과를 여하히 수용하고 어떤 점을 시정했는지를 정리한 대국민 보고서를 이듬해 국감 전까지 공개한다면 양상이 아주 달라질 듯하다. 여당 의원들의 정부 비호와 무성의한 태도, 야당 의원들의 무리한 자료 요청과 폭로 위주의 질문은 많이 자제될 것이다. '20일 동안의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정부 행태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볼썽사나운 의원들의 호통이나 오만기가 밴 장관들의 대거리도 사라질 법하고.

해마다 국정감사가 실시되지만 정쟁으로 일관하는 탓에 국민은 어떤 문제가 지적되었고 어떻게 시정되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아마 국회의원들도 헷갈리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정감사의 실효성과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대국민 국감 보고서' 발간은 시도해봄직한 일이 아닐까?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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