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돌연 사직서를 제출한 한국거래소 이정환 전 이사장이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이 전 이사장은 16일 거래소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 서신에서 "(취임 이후)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 압수수색 수사와 감사기관의 압박, 금융정책 당국의 집요한 협박과 주변 압박에 시달렸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선후배까지 동원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장 힘든 건 거래소 조직 내부를 흔드는 것이었다. 증권 단체와 사외이사, 그리고 직장 내부의 몇몇 인사들까지 회유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은 "사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므로 명분 있는 사퇴를 생각했다"며 그 계기를 '거래소의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입법 추진에서 찾았다. 거래소 허가주의란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의 주식회사가 투자자 보호장치와 시스템을 갖추면 누구나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허가주의 도입은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거가 돼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원래 허가주의는 2006∼2007년에 정부 스스로 추진했던 내용인데 현재 금융정책 당국은 집요하게 반대 입장을 전개하고 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쫓아내고자 정부가 제도와 원칙을 바꿨다는 뜻으로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이 결국 이 전 이사장의 사퇴를 겨냥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이 전 이사장의 사퇴는 대단히 상징적 사건"이라며 "MB정부의 인사원칙은 '내 사람 심기'다. 측근들을 특정한 자리에 낙하산으로 보내기 위해 집요하고 잔인한 압력을 가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사퇴 압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