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신종수] 집권 2년차 증후군 기사의 사진

요즘 정치권에서 집권 2년차 증후군이라는 말이 거론된다. 집권 1년째를 국정운영의 틀을 잡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권력의 맛을 알게 되는 2년차가 된다고 한다. 돈의 흐름이나 돈줄이 보이고, 각종 청탁과 이권 개입의 유혹이 난무한다. 어느 정권이든 집권 2년차가 되면 부패에 빠지기 쉬운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얘기다.

역대 정권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수천억원대의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사건이 그렇고, 김영삼 김대중 전대통령 아들 문제가 그렇다. 유난히 도덕성을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박연차 게이트나 노 전 대통령 형 노건평씨 문제도 집권 2년차에 불거지기 시작했다.

진보정권도 부패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가정할 경우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도 부패구조가 만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경기부양과 4대강 사업 등을 위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고, 벌써부터 이런저런 소문들이 들린다.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정치자금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최근 구설에 오르긴 했지만 그가 경계하는 부패의 위험성만큼은 이해가 간다. 부패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이명박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 현 정부가 설령 경제를 살려놓는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부패로 얼룩진다면 역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집권 2년차에는 권력에 줄을 대는 세력도 많아지지만 권력을 행사하려는 현상도 나타난다. 임기말 권력누수가 오기 전에 권력을 누리려면 적어도 집권 2년차에는 한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바쁜 마음에 여기 저기서 권력투쟁도 벌어지곤 한다. 권력 오·남용이 나타나는 것도 이 시기다.

집권 2년차 증후군이 나타나는 가장 큰 심리적 원인은 자만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지지도가 올랐다고 오만해선 안 된다"며 겸손을 당부했다. 17일 장·차관 워크숍에서는 "권한이 많을수록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겸손해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겸손을 강조하는 설교를 마친 목사도 교인들이 감동하는 것을 보면 금방 교만해진다고 한다.

교만은 인간에 내재된 원죄이자 본능과도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겸손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초 국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지만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고, 불도저식으로 국정운영을 하다 촛불시위라는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언제든 다시 도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한국유치에 성공한뒤 돌아오는 특별기 안에서 '만세삼창'을 했다고 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한 '그랜드 바긴'을 몰라준 점이 서운했는지 미국 고위인사를 '아무개'라고 표현했다.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불렀다'고도 했다. 밑에서 알아서 기었는지는 몰라도 진보성향 방송인 김제동씨나 손석희씨 교체 논란도 있었다. 청계천에 대한 추억에 사로잡혀 4대강 사업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0%를 넘다 보니 교만해진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법하다. '우양이 번성하고 은금이 증식된 뒤' 교만이 싹터 실패했던 역사적 교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어느 중도보수 성향의 학자는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본능과도 같은 교만을 다스리는 것은 끊임없이 노를 저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성찰하는 시간을 자주 갖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신종수 정치부장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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