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길―한기호] 20대를 부탁해! 기사의 사진

공지영은 1994년에 '고등어'를 펴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30대 초반이 타깃이라고 생각해서 "어느덧 소금에 절은 고등어가 되어버린 서른 살들에게 바친다. 등 푸르게 펄떡이던 우리들의 스무 살, 삶의 나날들은 어디로 갔냐고"라는 헤드카피를 썼다. 하지만 독자 대부분이 20대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곧바로 전략을 수정해야만 했다.

20대의 멘토는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자신보다 생을 조금 더 산 선배들이었다. 그들은 선배들의 삶을 듣고 그대로 걸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들은 30대 여자가 20대 여자에게 조언하는 것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공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의 20대에겐 그런 매뉴얼도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30대부터 백수가 태반이어서 그런가? 그래서 나는 요즘 20대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20대의 삶을 다룬 책을 계속해서 읽고 있다.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를 쓴 이여영은 명문대학을 나온 미모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200번의 서류전형과 100번의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이시다 이라의 장편소설 '스무 살을 부탁해'는 일곱 명의 대학 3년생이 벌이는 눈물겨운 취업분투기이다. 일본소설이지만 세계의 20대가 모두 취업난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우리 20대의 고난처럼 읽힌다.

'88만원 세대'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우석훈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에서 20대에게 혁명을 하라고 촉구한다. 그 혁명이란 일하고 싶은 자에게 일자리를 주는 노동권, 기숙사와 학생 아파트 같은 사회적 주거까지 포함된 주거권, 아르바이트를 해도 4대 보험이 보장되는 보건권, 대학 교육뿐만 아니라 실무 교육면에서도 사회적 접근을 통해 비용을 대폭 줄이는 교육권의 4대 권리를 포함한 '비폭력 권리선언'이라는 매우 소박한 것이다.

20대의 청춘을 예찬한 지가 언제던가. 지금은 그들에게는 참으로 비극적인 이름이 붙어있다. 한국의 '88만원 세대'는 공부할 의욕도, 일할 의지도 없다 해서 니트족, 부모에게 기생해서 산다 해서 캥거루족 혹은 패러사이트족으로 불려도 무방하다. 요즘은 취업이 너무 어렵다 보니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다는 '낙바생', 장기간 미취업 졸업생을 뜻하는 '장미족', 토익 성적에 목숨을 거는 '토폐인' 등 새로운 닉네임마저 얻었다.

2007년 대선 당시, 후보들은 일자리 창출의 대가처럼 행세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20대는 여전히 인턴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같은 임시직 일자리에나 목을 매고 있다.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춰준다는 공약을 지키라고 외쳤던 수십 명은 구속되기도 했다.

20대는 지금 스스로 살아갈 힘이 없다. 4지선다형 시험에만 목숨을 걸어왔으니 스스로 삶을 개척할 능력은 처음부터 갖추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함께 모여 권리선언을 할 의욕도 없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20대가 40대가 될 즈음에는 그야말로 문제해결 능력이 없는 청·장년의 천국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교육시스템을 확 바꿔야 한다. 우선 아이들이 책 읽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책을 읽어내며 스스로 지식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앞으로 세상을 제대로 살아낼 수 없다.

그런데도 학교현장에서는 4지선다형 일제고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중간고사로 대체해서 교사의 평가권까지 침해한다고 한다. 국가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망국의 일제고사부터 폐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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