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유영옥] 新아시아 독트린 기사의 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동남아 주요 국가를 순방하고 있다. 모두 전략적으로 중요한 정치경제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국가이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에 달하고 석유, 석탄 등 에너지와 기타 광물 자원이 풍부한 미완의 대국이다. 빠르게 산업화를 이루고 있는 캄보디아 역시 풍부한 관광자원과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다. 동남아의 대표적 신흥 공업국인 태국에서는 한·아세안정상회담과 동아시아정상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향후 우리나라 외교의 좌표를 새롭게 정립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거 우리 정부들의 외교는 경제력에 어울리지 않게 수동적이고 제한적이었다. 특히 지난 정부 시기에는 외교가 너무 침체됐었다. 당시 야심차게 추진한 '동북아 균형자론'은 주변 국가들의 오해만 샀다. 친미도 독자 노선도 아닌 어정쩡한 외교로 친구도 위신도 모두 잃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현 대통령의 외교 공약은 한·미동맹의 공고화와 아시아 중시 외교였다. 유럽과의 경제 협력 강화 등 전방위 외교의 구축도 프로그램에 들어있다. 한 마디로 미·유럽·아시아를 포괄하는 '글로벌 코리아'의 구현이다. 이 중에서 핵심은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강화이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52%(38억명), 총생산의 21%(10조7000억 달러), 그리고 교역의 26%(8조 달러)를 차지하고 있으며 더욱이 그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올해 중앙아시아 순방, 태국 및 베이징 한·중·일 정상회담, ASEAN+3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일련의 아시아 외교에 주력하는 이유이다.

지평 넓혀가는 전방위 외교

대통령의 이번 순방으로 '신(新)아시아 외교'는 일단 외형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 지평을 넓히는 작업이 틀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실리 외교의 몫이다. 21일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두 국가의 외교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군사교류를 활성화하고 경제·통상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ASEAN+3 정상회담에서는 지역 차원에서의 국제 금융·경제 위기 대응 및 식량·에너지 안보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개별 국가 간에는 구체적인 교역, 투자 등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다. 경제 협력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몫이지만 국가 간 신뢰를 쌓고 경제 교류의 활성화가 가능한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은 정부만이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아시아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야 한다. 동남아 국가의 경제수준을 보면, 중국은 경쟁관계에 있고 일본은 너무 앞서 있다. GDP 규모도 차이가 크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 없이 협력 가능한 경제규모와 기술수준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정부가 판을 마련해 주면 기업들이 한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 강화로 실리 꾀해야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이자 무한협력의 시대다. 무역, 금융 등 시장에서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금융위기 탈출, 지구 온난화 방지, 자원 공동관리 등 국제 공공재 문제에서는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외교활동을 넓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교가 지향해야 할 바도 명확하다. 세계로 활동 무대를 넓히되 미들파워로서의 지략을 동원하는 것이다.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도외시할 수 없으니 군사외교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고, 경제외교는 세계 특히, 아시아를 공략해야 한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으로 '신아시아외교' 구상은 큰 그림이 완성됐다. 이제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어젠다를 설정하고 관계 기관들의 역할 분담과 프로그램의 마련에 힘써야 한다. 마침 내년 11월에는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유치할 예정이다. 지금의 여세를 몰아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지혜를 동원해야 한다.

유영옥(경기대학교 국제대학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