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차선으로 달릴까 차로로 달릴까. 일견 어리석은 질문 같다. 당연히 선은 선이요, 로는 로(길)이다. 사전에도 차선은 도로 위에 그어진 선, 차로는 차가 다니는 길이라고 돼 있다. 그어진 선을 따라 달리기에는 버스의 몸집이 너무 크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 습관은 이와 거리가 있다. 예컨대 '차로를 지키다' 대신 '차선을 지키다'라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차로 변경'이 맞겠지만 사람들은 '차선 변경'이라고 한다.

10여년 전쯤 건설교통부로 기억되는 곳에서 이런 혼선을 정리했다. 선과 로를 확실히 구분해 쓰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선 변경'은 '차로 변경'으로, '4차선 도로'는 '4차로 도로'로, '버스전용차선'은 '버스전용차로'로 통일됐다.

그런데 이 원칙을 따르기가 쉽지 않다. '남의 차선에 끼어들지 말라'를 '남의 차로에…'로 바꾸거나, '차선 바꾸기'를 '차로 바꾸기'로 바꾸어 놓고 보면 왠지 생소한 느낌이 든다. '4차로 도로'는 '로'가 겹쳐 동어 반복의 느낌마저 준다.

더 애매한 문제도 있다. 사전에는 아직도 '차선을 지키다' '차선을 침범하다' 등이 용례로 나와 있다 '4차선 도로'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차로'로 바꾼 용례는 없다. 어느 쪽을 따르라는 말인가.

이참에 '차로'의 의미를 더 생각해 보자. 차로는 '(사람이 아닌) 차량이 다니는(다니도록 되어 있는) 길'을 뜻한다. 건교부가 이해했던 '선과 선 사이의 차가 주행하는 길'과는 뜻이 다르다. 또 한 가지, 건교부는 '선'의 개념을 '선은 곧 선이다'에 한정했다. 따라서 차가 다니는 길은 넓은 '면'이므로 '차선'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과 면을 그런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다.

건교부가 이해했던 '주행하는 길'을 우리는 '주행선'이라고 한다. 이때의 '선'은 선이 아니라 면을 뜻한다. 면이 길게 뻗으면 그것은 면 차원을 넘어 선이 된다. 따라서 '차선' 역시 차가 다니는, 길게 뻗은 선인 것이다.

아무튼 정부가 권하는 말과 사전의 말이 다르니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난감하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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