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의사들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돼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3일 서울대병원의 진료과 의사 수십명에게 일제히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왔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전화를 건 이들은 “당신 명의로 전남의 은행 여러 곳에서 대포통장이 만들어져 피해자가 당신을 고발했다”면서 “성실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소환하겠다”고 했다. 이어 “현재 사용 중인 은행계좌를 부르라”며 “이미 1000만원이 빠져나갔다”고 협박했다.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의심하는 의사들에게는 서울지방경찰청 내선번호를 알려주며 “여기로 전화하면 된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 보이스피싱 전화 음성은 완벽한 서울 말씨였다. 실제 수사관인 것처럼 전문적이고 때로는 위압적인 태도를 보여 깜빡 속은 의사들이 출금 직전에야 사기 당한 사실을 깨달은 경우도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경찰을 사칭한 사람들이 의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주소를 들이대며 금융정보를 빼돌리려 했다”면서 “하루 사이 수십명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미뤄 의사들 개인정보가 통째로 빠져나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협회 등 의료인 협회 홈페이지가 전문 해커에게 털려 의사 8만명, 치과의사 5만6000명, 한의사 2만명 등 15만6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후 경찰은 일부 공범을 검거했으나 중국에 머물고 있는 해커는 검거하지 못했다. 이에 국내 의사들의 개인정보가 중국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이미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이 의협 홈페이지에서 빠져나간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당시 일부 의사들의 금융정보까지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던 의사들은 “의협 홈페이지에 등록하지 않았던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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