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월드컵 개막 9일 앞으로…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에게 듣는다 기사의 사진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황보 위원장은 대표팀 출정식을 겸한 이날 경기를 지켜본 뒤 이틀 후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떠났다. 곽경근 선임기자
4년마다 우리는 하나가 된다. 저마다 양복과 교복 대신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광장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목 놓아 외치며 전국을 붉게 물들인다. 지역·이념·계층 갈등도 이때만은 사라진다. 서로 어깨를 걸며 웃고 즐긴다. 5000만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힐링의 축제’가 다가왔다.

지구촌 최고의 축구축제라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6월 13일∼7월 14일). 국민을 웃기고 울릴 주인공은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태극전사 23명이다. 하지만 이들 뒤에서 제갈공명 같은 최고의 지략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황보관(49)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다.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대회 때마다 상대팀 전력을 분석해 이를 코칭스태프에 전달해 주는 중요한 자리다. 이번 월드컵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튀니지와의 평가전이 열렸던 지난달 28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황보 위원장을 만났다. 공식적인 자리 외에 그가 언론과 개별 인터뷰를 갖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홍 감독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지 그의 이번 인터뷰도 여러 차례 고사 끝에 어렵게 이뤄졌다.

-위원장 개인일정은 어떻게 되나.

“대표팀과 똑같은 일정으로 움직인다. 마지막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거쳐 12일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에 들어가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황보 위원장은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지켜본 뒤 지난달 30일 마이애미로 출국했다.

-월드컵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

“(지난달) 12일 대표팀이 소집됐다. 유럽, 일본, 중국, 중동파 선수들이 모이는 시기가 조금은 달랐다. 현재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상대 전력을 분석해 보면.

“첫 경기를 치르는 러시아(한국시간 18일 오전 7시)는 동유럽 축구가 아니고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유기적인 축구를 한다. 전방을 강하게 압박하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차전 상대인 알제리(23일 오전 4시)는 밸런스 부분에서 약한 면이 있다. 프랑스, 스페인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많지만 수비적인 면에서 짜임새가 떨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를 갖는 벨기에(27일 오전 5시)는 개개인 선수들의 능력이 뛰어난 팀이다. 특히 전방 공격수 3명은 탁월한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을 잘 막아야 한다. 벨기에는 수비에 허점이 좀 있어서 우리 공격수들이 양 사이드를 잘 파고들면 충분히 골 기회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별 예선 목표는.

“러시아와의 경기가 가장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경기에서 어떤 내용, 어떤 과정,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결정될 것이다. 벨기에는 제일 마지막 경기여서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모든 포커스는 현재 러시아와의 경기에 맞춰져 있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알제리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욕심 같아서는 다 이기면 좋겠지만 월드컵에 나서는 팀들은 모두 수준이 높다. 우리가 어디까지 갈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점수를 따야 된다.”

-지금 한국 축구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대한민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나 팀 전체적으로나 경험을 많이 축적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축구는 큰 발전을 했다. 예전에는 유럽과 브라질 등 강호들과 붙으면 속된 말로 쫄아서 졌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을 노리고 있는데 위원장 개인적 목표가 있는지.

“우리의 수준을 잘 파악해야 한다. 잘되면 선수들의 정신력과 실력이 좋았다고 평가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많은 비난이 쏟아진다. 개인적인 소망은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이번 월드컵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으면 한다.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레벨 업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이번 월드컵이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신적·기술적으로 우리 수준이 어느 위치에 와 있나.

“정신적인 부분이야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앞서는 게 사실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이제는 많이 올라와 있다. 우리는 목표가 있다. 지금 현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높은 레벨, 수준 높은 고급 축구를 구사해야 한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갈 것 같은가.

“몇 강보다는 개인적인 희망은 경기 끝나면 최선을 다하고 당당히 싸웠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상대에게 우리가 두려웠다는 그런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욕심 같아서는 최소한 16강에는 들었으면 한다. 그 다음부터는 한 경기 한 경기 승부를 펼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베스트 11은 어떻게 되나.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 베스트 11이다.”

튀니지전 선발에는 원톱 스트라이커에 박주영, 섀도 스트라이커에 구자철, 좌우 날개에 손흥민-이청용, 미드필드에 기성용-한국영, 수비 포백에 왼쪽부터 윤석영-홍정호-김영권-이용이 나섰다.

-한국 선수 중 누가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느낌이 드나.

“새로운 시대에 누가 한번 일을 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독일 레버쿠젠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이 골을 많이 넣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도 골맛을 봐야 우리가 16강 이상의 목표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 개인 컨디션은 어떤지.

“부상에서 회복된 선수들(박주영 홍정호 기성용)이 몇몇 있다. 홍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개개인의 컨디션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감독과 매일 미팅하나.

“전체적인 팀 운영 부분에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다. 홍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 꾸준히 대화하고 소통하고 있다.”

-상대팀 전력 분석은 잘되고 있는지.

“기본적으로 네덜란드 출신인 안톤 두 샤트니에 전력 분석 코치가 계속 파악하고 있다. 분석한 자료를 같이 공유하고 그것에 따라 팀 전술을 어떻게 할지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개막전까지 중점을 두고 있는 사항은.

“이제는 체력적인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한다. 전술적인 부분은 물론 약속된 플레이와 수비, 공격 등 파트별로 잘 정리되어야 한다. 상대방에 따른 맞춤 전술도 필요하다. 세트피스 준비 등 전체적인 부분도 미국 전지훈련에서 준비되어야 한다.”

-현재 대표팀 분위기는 어떤가.

“홍 감독과 선수들 간의 신뢰가 굉장히 좋다. 선수들 스스로도 월드컵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훈련이 없어도 알아서 훈련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고 있다.”

-우리 선수들 각오는.

“우리 선수들이 많이 컸다. 예전에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월드컵을 맞이하는 자세가 성숙해 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 스스로 몸을 만들어가고 있을 정도로 성숙돼 있다.”

-이번 월드컵 우승팀은 누가 되고 결승전에는 누가 붙을 것 같나.

“자국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브라질이 제일 유리하다고 본다. 그리고 지난 대회 우승팀 스페인과 전통의 강호 독일 등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본다. 결승전에는 아마도 스페인하고 브라질이 격돌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번 월드컵 트렌드를 예상하자면.

“브라질월드컵은 더위와의 싸움이다. 축구 트렌드가 조금 조금 변하고 있다. 수비와 공격 축구로 확연히 나누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경기가 되면 좋겠지만 승부에 집착하는 경기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여 골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월드컵에 나서는 소감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선수로 출전한 뒤 24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당시 선수로 뛸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하라는 대로 했다.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는 기술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위치에서 월드컵에 나서게 된다. 또 다른 책임감으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선수들을 어떻게 지원할까 많이 고민된다.”

-좋아하는 선수나 팀이 있는지.

“축구 수준이 대체적으로 많이 올라왔다. 스페인 선수들은 발이 거의 손처럼 자유자재다. 그런 점에서 스페인 축구를 좋아한다.”

-당시 스페인과의 2차전에서 대포알 골을 넣었는데.

“큰 경험이었고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전환기가 됐다. 이탈리아월드컵은 나로서는 잊지 못할 대회다. 그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선수 생활, 지도자 생활, 그리고 지금 축구 행정가로 일하고 있다.”

-24년 전 당시를 회상해 보면.

“월드컵은 큰 대회이고 영광스러운 대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물 안 개구리였다. 국내 축구 수준은 높았지만 막상 월드컵에서는 우리 실력이 잘 발휘되지 못했다. 체력적인 면, 스케줄 등이 잘 관리됐으면 성적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회택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와 한 조를 이뤘으나 3전 전패라는 치욕적인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선수와 기술위원장 자격이 어떻게 다른지.

“선수시절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관리하는 입장이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과 함께 이번 월드컵을 잘 마쳤으면 좋겠다. 이런 국제적인 빅 이벤트를 통해 한국 축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떻게 발전해야 되는지 그런 점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이 슬픔에 빠져 있는데.

“선수들도 그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 슬픔에 빠진 국민들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축구 외에 또 다른 뉴스가 들어오면 자칫 선수들이 오버하는 점도 있어 그런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포츠 중 하나가 축구다. 축구가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위치는 대단하다. 아직은 우리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런 점은 축구 종사자인 우리들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긍지를 살리고 다시 한번 월드컵에서 큰일을 낼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성원이 필요하다. 그러면 한국 축구도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황보관 기술위원장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서울대’고, 또 하나는 ‘캐넌슛’이다.

황보 위원장은 축구선수 중 몇 안 되는 서울대 출신이다. 체육교육을 전공한 그는 1980년대 이용수(현 KBS 해설위원) 강신우(전 대한축구협회 기술국장) 등과 함께 서울대 축구부 전성기를 이끌었다. ‘캐넌슛’은 그를 스타 반열로 올린 트레이드마크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스페인과의 2차전에서 무려 시속 114㎞에 달하는 대포알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려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의 캐넌슛은 당시 월드컵 사상 가장 속도가 빠른 골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후배 홍명보(45) 감독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94년까지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인 유공에서 선수로 뛴 뒤 99년 일본 프로축구 오이타 코치에 이어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 오이타 감독을 역임했다. 2011년 FC서울 감독으로 국내 프로축구에 화려하게 복귀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한국 프로축구 최단기간인 118일 만에 물러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해 5월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을 맡아 축구행정가의 길로 들어섰고 6개월 후 이회택 협회 부회장의 뒤를 이어 기술위원장직에 올랐다.

만난 사람=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