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아버지의 자격 기사의 사진
세상엔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버지처럼 살지 않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아버지의 사랑은 인생의 기초공사와 같아서 이 공사가 잘못되면 병든 자아상, 부정적인 결혼관 등을 가질 수 있다. 아버지가 사랑을 경험시켜주지 않으면 어머니의 사랑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버지의 사랑으로 자녀의 인생에 기초공사를 잘 닦아 놓았을 때 비로소 어머니의 사랑이 그 위에 건축되는 것이다.

이번 6·4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는 ‘자녀’였다. 후보의 자녀들이 쓴 글들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영향을 미쳤다. 선거 전부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 때는 ‘무상급식’이 후보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다면 올해는 ‘자녀교육’이 투표의 잣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 사흘을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딸이 “자기 자녀도 돌보지 않은 고승덕은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곤욕을 치렀다. 반면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는 선거 직전까지 지지율 3위에 머물며 고전했으나 두 아들이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서 ‘착한 아빠’ 이미지를 집중 부각시켜 표심의 방향을 바꿨다. 제종길 안산시장 당선자의 딸도 아버지를 지지해 달라는 글을 포털에 올렸다. 아버지 지지를 호소한 두 사람의 자녀들은 모두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자녀들에게 검증된 후보를 믿었다. 자녀에게 인정받는 아버지가 리더로서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직 후보에 대한 알권리와 사생활 보호의 원칙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와 가족사의 경계선은 어디쯤일까. 정치적 활용의 목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파헤쳐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가족 스스로 공익적 목적을 위해 가족사를 밝힌다면 수용될 필요는 있다. 가족에 의해 자발적으로 밝혀진 정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후보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후보들이 그것을 왜곡하고 부당하게 이용하는 데 있다. 진정한 가족의 가치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아야 한다.

그럼 어떤 아버지가 자녀의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 세상엔 성공한 아버지는 많이 있다. 그러나 친구 같은 아버지, 영적으로 성숙한 아버지는 흔치 않다. 경건한 아버지의 영향력은 세상을 바꿀 만큼 크다. 포용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아버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곧은 심성, 신앙을 자녀에게 전수하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눈을 통해 하나님의 세계를 보며, 아버지의 가슴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느낀다. 자녀와 소통해야 한다. 아버지는 타고난 숙명이다. 친구와 한 약속은 잊어도 자녀의 생일은 기억하고, 직장과 조직에서의 성공보다 가정의 소소한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며, 다정한 말 한번 건네주길 바라는 자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의 영향력이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가정의 행복이 아닐까. 이 행복감은 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학문적 수행이 더 우수하고 심리적으로 잘 적응하며 실패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 따라서 행복한 가정이 갖는 경쟁력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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