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정호] 교육감들에 바란다 기사의 사진
6·4지방선거의 승자는 정치권의 여당과 야당이 아닌 전교조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전체 17개 시·도 교육청을 이끌게 되는 교육감 중에서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이번 선거에서 탄생했다. 2010년에 서울의 곽노현 교육감을 비롯한 6개 지역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을 때만 해도 보수 진영에서는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난리를 피웠던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번 진보 교육의 압승, 아니 친전교조 세력의 등장에는 보수 교육세력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청와대, 교육부 내 교육정책 책임자들의 무사안일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진보 진영과 전교조는 이번 교육감 선거를 경쟁교육에 대한 반발과 지난 4년간의 진보 교육감이 추진한 성과의 결과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압승에 고무된 반응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일반 국민과 학부모의 표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성급한 진단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면 전체 진보 교육감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대부분 30% 내외에 머물렀다. 나머지 70% 정도는 서로 난립한 보수 후보들에게 돌아갔다. 결국 진보 진영의 얘기대로 진보 교육에 대한 인정보다는 보수 진영에 다수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보수 교육감의 표가 분산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3명의 진보 교육감 면면이나 행동을 보면 더욱 우려스럽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지난 7일 진보 교육감들만 따로 모여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런 행동은 전례가 없는 모습이고, 교육 현장이 정치화, 투쟁화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만을 낳고 있다. 더욱이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작년 여름 한 인터넷 신문과의 촛불집회 인터뷰에서 “촛불은 박근혜정부의 정당성이 균열되는 여러 투쟁의 하나다. 지금 한국사회 곳곳에서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전투’를 치열하게 전개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 현장을 말 그대로 ‘전투’의 장으로 만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체 13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자 중에서 8명이 전교조 핵심 간부 출신이란 점에서 현재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가 적극적으로 진보 교육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려고 할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제시한 공동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 현장에서 혼란과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확대는 교육부와 시·도지사의 예산지원 갈등이 필연적이고, 혁신학교 확대와 자율형사립고 폐지는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며, 역사 교과서 재논의는 사회 전반의 보수와 진보 간 대립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진보 교육만을 내세운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진보 교육감을 지지하지 않은 70%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난 곽노현 서울교육감 비리 사건에서보다 더욱 냉엄하게 진보 교육 자체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13명의 진보 교육감은 혼란과 갈등, 대립만으로 기억되는 역사 속의 해프닝으로 남을 수도 있다.

6·4 교육감 선거 결과를 통해 보수와 진보세력 모두가 한 단계 새롭게 바뀌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보수 교육 세력은 원로들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젊고 새로운 인물과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교육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진보 교육감들도 보수 진영에서 하지 못했던 진보 교육의 가치를 잘 보여주면서도 학교 현장의 변화를 안정적이고 점진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교육에서 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더 중요한 가치는 교육의 중심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다는 것이며, 어떤 정치적 이념보다 학생과 학부모를 모든 면에서 최우선에 놓고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4년 동안 보수와 진보세력은 모두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세력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4년 후 학생과 학부모에게 더욱 즐겁고 유익한 공간으로 교육 현장이 바뀌어 있길 바란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