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병마 이기고 다시 탐조활동 나선 윤무부 박사 기사의 사진
윤무부 교수는 새들이 즐겨 찾는 동해안 석호(潟湖)들이 하나 둘 훼손돼 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성호에는 시멘트 전망대가 들어선 후 새가 찾아오지 않고 있다. 윤 교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구경하러 오는 외국인, 특히 유럽인들은 새 구경을 무척 좋아한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동해안과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조류를 잘 보호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외국인 탐조 관광의 효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뒤의 TV 모니터에 남이섬에서 촬영한 흰눈썹황금새가 보인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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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 박사 윤무부(73) 경희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새 사랑’의 전도사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도 그는 학처럼 건강하게, 원앙처럼 금실 좋게, 기러기처럼 어른을 공경하면서 살라고 사람들에게 강조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새들의 먹이활동과 번식 등의 생태를 일반인들에게 쉽게 잘 전달해 ‘탤런트 교수’로 통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2006년 뇌졸중에 걸려 일생일대의 시련을 겪었다. 2년여 투병 끝에 ‘오른쪽 마비’라는 후유증을 딛고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새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지난 3일 방문한 서울 휘경동 휘경주공아파트의 윤 박사 자택은 새 박물관을 연상케 했다. 인터뷰는 자택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윤 박사는 한반도에서 멸종한 것으로 보이는 크낙새의 마지막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방 한 칸은 이런 역사적 사진을 비롯해 옛날 필름 카메라 시절의 필름 스크랩부터 근년 들어 촬영한 풀 HD 녹화 테이프 1000여개가 촘촘히 서재를 채우고 있다. 4개 면 벽이 모두 조류 자료들로 빼곡하다. 거실에 놓인 대형 TV 모니터에는 최근 춘천 남이섬에서 촬영한 흰눈썹황금새의 먹이활동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집안 가득 새소리가 울려 퍼진다. 윤 박사는 “뇌경색 이후에도 다시 새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왼손만으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데 건강은 어떤가. 최근 활동은.

“지난 설 연휴 직후 강원도 동해안으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청둥오리와 쇠오리 몇 마리가 죽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AI)를 확산시킨다는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사체를 얼른 검역소에 갖다 주려고 서둘렀던 탓이다. 큰 사고가 아니어서 곧 회복됐고, 차는 폐차하고 새 차를 샀다. 밤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에 일어나 차를 몰고 강연이 없는 날에는 새를 보러 간다. 경기도 팔당과 가평, 강원도 춘천 등에 자주 간다. 걷는 것만 약간 불편할 뿐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등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경사진 곳에 카메라를 설치할 때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근 가평에서 딱다구리를 발견해 영상에 담았다.”

-반신불수를 극복한 투병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2006년 겨울 추운 날씨에 새를 관찰하다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는데 ‘뇌졸중’과 ‘오른쪽 마비’라는 진단을 받았다. 4월 퇴원 후 누우면 못 일어나는 상태였고, 주변에서 모두 죽음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침대에 누워 심호흡과 안면운동, 그리고 가상운전에 열중했다. 꼭 살아서 새를 더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목표가 생기니 눈감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왼발로 매일 운전연습을 했다. 여기에서는 곧 호법IC가 나오니 핸들을 돌려 차선을 변경하고…. 덕분에 2년 후에는 혼자 운전도 할 수 있게 됐다. 재활도 자신의 목표와 그에 어울리는 방식을 택하는 게 좋다는 점을 느꼈다.”

-나름대로의 재활 방식이란.

“35년 교수생활 동안 건강에 대한 자만심이 컸다. 식습관부터 바꿨다. 탐조활동은 활동반경과 생체시계를 새의 움직임에 우선적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식사시간이 불규칙했고, 끼니를 건너뛰었다가 한꺼번에 폭식하기 일쑤였다. 떡을 좋아해서 야외에 늘 가지고 다녔고, 식당에서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투병 중에는 폭식 습관을 버리고 새가 모이 먹듯 소식하기 시작했다. 소식으로 전환한 뒤 몸무게도 10% 이상 빠졌다. 매일 아내의 도움을 받아 기어서라도 산에 올라갔다. 젓가락질, 나무잡고 서기 등 나름대로 꾸준히 재활치료를 하면서 강한 의지 덕분에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탐조활동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마력을 지니는가.

“철새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자신이 태어난 곳을 정확히 다시 찾아가는 능력은 신비롭다. 새들은 중국 멀리 말레이시아나 호주에서부터 내비게이션도 없는데 수천㎞ 거리의 바다를 건너 작년에 왔던 곳을 정확히 찾아온다. 우선 새의 시력은 사람보다 300배, 청력은 200배, 후각은 120∼150배나 더 좋다. 까마귀는 40∼50㎞ 밖에 있는 동물의 체취를 맡고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내 고향이 거제도 장생포였는데 어릴 때 아버지 따라 산과 논에 다니다 보니 새를 좋아하게 됐다. 내 명함에 있는 새가 우리나라 민가 근처 산에 흔했던 여름철새 후투티다. 머리에 왕관을 쓴 듯한 독특한 생김새의 후투티를 초등학교 4학년 때 보고 이후 그 새를 따라다녔다. 후투티는 스스로 둥지를 틀지는 않고 소나무나 밤나무의 썩은 구멍을 옮겨다니며 산다.”

-탐조활동 시 주의해야 할 점은.

“귀한 새를 만나려면 귀한 손님을 만나러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화려한 색깔의 옷은 자제한다. 조용히 다가가서, 새를 놀라게 하지 말고, 촬영을 위해 가까이 접근할 때에는 위장막이나 그물망을 이용해야 한다. 새들이 나는 모습을 보겠다고 돌을 던지거나 큰 소리를 내서는 절대 안 된다. 선진국에선 희귀한 새가 마을에 나타나면 천막 쳐놓고 구멍 뚫어놓고, 소문을 낸다. 이런 방식으로 관광객을 유치해 숙박업과 식당이 호황을 구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경주시내 황성공원에 후투티가 나타났을 때 내가 인터넷 등에 소문을 냈더니 조류 애호가 140여명이 방문했다.”

-과거 흔하게 보던 새들이 보기 어려워졌다. 새들을 위협하는 요인은.

“제비. 지빠귀류, 알락할미새, 할미새, 꾀꼬리 등이 많이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면적이 작고 인구밀도가 높다 보니 새가 머무를 곳이 많지 않다. 농약(살충제) 살포가 먹이사슬을 통해 호랑나비 유충의 감소로 이어지고, 그 유충을 먹고 번식하는 꾀꼬리, 파랑새, 할미새. 지빠귀류 등이 연쇄적으로 감소했다, 배추나비 애벌레를 좋아하는 휘파람새와 멧새도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농약류 사용 감소로 제비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영월군 주천면의 한 초등학교에는 제비 100여 마리가 번식 중이다. 특히 제비는 지난 2만년간 사람과 함께 살아 온 종이다. 제비가 사라진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

-새만금 간척사업과 조력발전소 건설 계획 등으로 서해안 갯벌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

“철새뿐만 아니라 바다의 생명을 위해 자연정화 시설인 조간대가 보전돼야 한다. 물이 빠지면 갯벌은 따뜻해진다. 모든 물고기가 조간대에 와서 알을 낳는다. 새만금 갯벌이 모두 매립되는 바람에 조기, 민어, 홍어 등이 산란처를 잃었다. 북한도 평안도 해안선을 거의 다 매립해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갯벌의 어패류가 없으면 철새들이 시베리아나 동남아로 이동할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갯벌뿐만 아니라 동해안의 석호들도 사라지고 있다. 석호는 바닷물이 들락날락하는 담수호(淡水湖)를 일컫는데 생물종 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그런데 석호인 강릉 경포호 주변의 습지를 강릉시가 정부예산 22억원을 들여 다 파버린 후 논처럼 반듯하게 정비해 버렸다. 이곳이 다시 습지가 되려면 50년 내지 100년이 걸린다.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기 전에 전문가 자문이라도 받고 해야 하는데 그냥 해치웠다.”

-지난겨울 AI 확산 사태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대처했다고 보는가.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옮긴 적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소독약을 마구 뿌려 철새들을 위협한다. 약 때문에 물고기가 죽고, 벌레도 다 죽는다. 그러지 않아도 철새 먹이가 줄어들었는데 이제 여름 철새들은 무엇을 먹고 살지 걱정이다. AI 발생지역 인근 농장의 모든 가금류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한테 물어보지도 않는다. 격리 수용이나 검역 등은 검토도 하지 않고, 병 안 걸린 건강한 개체까지 마구 죽인다는 게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나.”

-4대강 사업이 조류에 미친 영향은. 최근 팔당댐 상류의 하중도인 당정섬에 환경부 보호종인 흰목물떼새가 나타났는데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개체들이 이곳에 몰려온 것 아닌가.

“강 생태계가 살기 위해서는 모래가 있어야 하고, 자갈도 있어야 하고, 중간에 큰 바위가 소용돌이를 일으켜 악취를 제거하고, 물풀이 있어야 물고기가 알을 낳는다. 이런 요소들이 많이 없어졌다. 정부는 샛강을 살리겠다고 했지만 한번 가 봐라. 지천이 더 오염된 곳이 많다. 경관이 빼어난 곳이라면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심지어 계곡가에도 펜션, 모텔, 연수원, 암자 등이 어김없이 들어서 있다. 제발 좀 그대로 둬라. 물론 새가 살기 좋은 곳이 사람도 살기 좋은 곳인 경우가 많다. 돈만 있다면 그런 곳에 집을 짓고 싶겠지만 모두가 철새 도래지 주변에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지는 않는다. 일본의 재두루미, 흑두루미 도래지인 가고시마 이즈미에는 주변에 연수원, 펜션, 모텔 등이 전혀 없다. 미국의 미시간호 역시 호숫가 주변 동산 너머에 식당과 호텔이 위치해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새를 ‘귀찮은’ 존재로 보기 시작했다. 곡식과 과일을 가로채거나 개발을 가로막는 천덕꾸러기로 보는 것이다. 유해조수 지정 제도의 문제점은 없나.

“시골에서도 뱀, 청개구리, 개미 등이 감소하니까 새들은 번식기에 극심한 먹이부족 현상을 겪는다. 게다가 꿩과 까치가 좋아하는 팥도 요즘엔 잘 안 심는다. 이에 따라 까치들이 도시로 이주하니까 개체수가 실제보다 훨씬 더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경북 영천 사과밭에 사과 피해가 심각하다는 방송 뉴스를 듣고 현장에 가보니 까치가 쪼아먹은 것은 8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낙과였다. 억울하기는 비둘기도 마찬가지다. 원래 비둘기는 근처에 물만 있으면 하루에 목욕을 4번씩이나 할 정도로 깨끗한 놈이다. 하지만 먹이도 체계적으로 공급되지 않고 물도 없으니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유럽에선 공원에 비둘기가 깃들이면 곳곳에 수돗물 꼭지를 틀어놓음으로써 비둘기가 스스로 목욕하게 해 늘 청결 상태를 유지한다. 개체수가 늘면 지급하는 사료의 양을 조절한다. 그러니 어린이들이 비둘기를 좋아한다.”

-도심에서 새를 가까이하는 방법은.

“주택단지나 공원을 조성할 때 조류학자한테는 물어보지도 않는다. 산수유 열매는 직박구리가 좋아하고 산딸나무 열매는 박새, 직박구리, 딱따구리 등이 좋아한다. 일반적으로는 감나무, 벚나무, 앵두나무 등을 심어두면 온갖 새들이 찾아든다. 대도시 아파트에서는 최근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벌레가 거의 없는데도 소독을 너무 자주 한다. 요즘 아파트 안에 파리가 있나. 살충제는 새들의 천적이다. 특히 새들의 번식기에 약을 치면 절대로 안 된다. 아파트 관리소장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조경을 할 때 일부러 고목과 썩은 나무도 군데군데 배치하면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

-아들(윤종민 한국교원대 교수)도 새 박사인데.

“아들이 조류학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나와 아내는 처음엔 반대했지만 결국 동의했다. 경희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10년간 공부해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들까지 2대가 조류학자인 경우는 외국에도 거의 없다. 앞으로 부자가 함께 인터넷상의 ‘새 영상박물관’을 개설하려고 한다. 이 박물관에는 사라져가는 종들에 관한 자료와 영상 및 울음소리를 모두 담을 계획이다.”

윤무부 박사 누구인가

1941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경희대에서 생물학 학사와 이학석사 학위를, 한국교원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에서 1979년부터 2006년까지 생물학을 가르쳤다. 한국동물학회와 생태학회 이사,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문위원회 위원장, 한국행동생물학회 이사, 문화체육부 문화재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그가 평생 카메라, 망원경, 집음기 등의 장비를 사는 데 들인 돈을 지금 시세로 치면 30평 아파트 두세 채 값은 족히 될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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