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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철 칼럼] 새누리당 대표의 자격

“친박·비박 관계없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고 대야 협상력 갖춘 사람 필요”

[성기철 칼럼] 새누리당 대표의 자격 기사의 사진
새누리당 대표 경쟁자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김무성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국회의원들의 이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쟁쟁하다.

김무성 의원은 내무차관과 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지낸 5선 정치인이다. 큰 몸집만큼이나 중량감이 느껴지며 차기 대선 후보군에 속해 있다. 2007년 대선 무렵 친박 좌장으로 불렸으나 ‘세종시 수정안’ 찬성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과 소원해져 지금은 비박계로 분류된다. 서 의원은 7선으로 사무총장, 원내총무, 정무장관에 이어 대표까지 역임했다. 71세로 친박 그륩의 맏형이자 당의 원로이다.

이 의원은 노동부 장관과 경기지사를 거친 6선 정객이다. 한때 이회창, 노무현과 경쟁한 유력 대선주자였다. 재선인 김태호 의원은 경남지사를 지냈으며, 비록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국무총리에 내정됐을 정도로 지명도가 높다. 52세로 소장파 선두주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 경력이 화려한 의원들이 한꺼번에 대표 경선에 나선 것은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선출되는 지도부는 2년 앞둔 20대 총선 때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총선 1년여 뒤 19대 대선 후보 경선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는 의미가 자못 크다.

이들이 출마에 즈음해 이구동성으로 부르짖는 변화와 개혁, 혁신은 처절하게 들린다.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성적표가 말해주듯 현실 안주는 곧 파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건 요원해 보이고, 텃밭인 영남권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으니 위기임엔 틀림없다. 지도부를 맡겠다는 사람들이 이런 분위기를 읽고 당의 쇄신을 다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경선의 막이 채 오르기도 전에 친박 여부가 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볼썽사납다. 벌써부터 서 의원은 청와대 지원과 당내 친박 세력의 지지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무성 의원은 자신을 비박계로 분류하는데 대해 “내가 친박의 울타리를 만들었다. 나는 친박의 원조”라고 강조한다. 친박에 속한 의원들이 최고위원을 목표로 잇따라 출마할 것으로 예상돼 선거전이 달아오르면 친박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점에서 친박, 비박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지난 2년간 친박인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는 정치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대통령한테 제대로 된 건의 한번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받아쓰기만 한다고 욕먹는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들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정국 운영의 재량권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야당과 사사건건 대립하느라 국회는 허송세월하기 일쑤였다. 그것은 고스란히 박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청와대로부터의 홀로서기와 대야 협상력 제고가 지도부 선출의 기본 잣대가 돼야 한다. 여당 지도부가 인사와 정책 등 대통령의 잘잘못에 대해 서슴없이 직언할 수 있어야 국정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박 대통령 취임 후 불통의 정치가 계속된 데는 ‘유구무언 새누리당’의 잘못이 크다. 과거 군사정권 때도 집권당이 이 정도로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대통령한테 ‘아니옵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지도부에 앉혀야겠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마케팅’은 6·4지방선거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집권당이 대야 협상력을 갖추려면 수평적 당·청 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청와대 애완견 같은 자세로는 정국을 결코 주도할 수 없다. 독자적인 협상력으로 국회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당을 그렇게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다. 국민들은 지금 새누리당 리더들의 환골탈태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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