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맹수석] 인사청문회에 바란다 기사의 사진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부 주요 고위공직자가 바뀔 때마다 인사청문회 ‘열병’을 앓곤 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일수록 국민과 여론의 관심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평소 TV를 잘 켜지 않는 필자도 주요 청문회만큼은 꼭 챙겨보게 된다.

우리 헌법 제86조는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무총리 임명에는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경우에는 청문회 개최 여부에서부터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 국무총리의 임명은 세월호 사태로 깊게 파인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가개조·적폐 해소’를 담당하게 될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므로 실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청문회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검증해야 할 사항은 공직수행 능력인데, 이번 문 후보자의 경우 소관업무 추진 능력은 물론 우리의 정치적 현실을 감안할 때 ‘소통과 화합’에 부합하는지와 관련해 그의 ‘역사관’ 등도 당연히 검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지도 벌써 14년이나 되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제 하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회의 검증 절차에 의해 제어되므로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청문회에 대해서 여야 간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등 정략적이고 소모적이라는 이유로 무용론 내지 폐지론도 있다. 그러나 청문회의 순기능, 즉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에 대한 국회의 견제수단이라는 점과 고위공직자의 자정기능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여러 공직후보자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동산투기 등으로 스스로 사퇴하기도 하였고, 아예 국회에서 임명동의를 부결한 때도 있었다. 견제와 자정 기능의 단적인 예이다.

청문회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법한 청문절차의 준수가 중요하다. 인사청문회법상 위원회에서의 질의는 ‘1문 1답’ 방식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TV 화면을 통해 자주 보아왔던 위원들의 장광설 내지는 일방적 훈수, 자신을 홍보하려거나 인기에 영합하려는 발언, 공직후보자에 대한 수준 이하의 인격모독성 발언 등은 청문회의 본질을 흐리는 작태이다. 청문회 위원들의 자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인사청문회법에 의하면 청문회의 위원은 ‘허위사실임을 알고 있음에도 진실인 것을 전제로 하여 발언하거나 위협적 또는 모욕적인 발언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정작 이에 위반한 위원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기 그지없다. 또한 현재 청문회 기간이 3일로 되어 있는데, 청문대상 공직후보자에게는 고역일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검증에 필요한 충분한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국무총리 청문회에서는 청문회의 도입 취지에 부응하고, 적법한 절차가 준수되는 진일보한 절차가 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끝으로 국무총리 임명을 둘러싼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 사회에 ‘상식에 입각한 역사관, 비전과 공직수행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그토록 드문 것인가? 우리 국민들은 고위공직자에 대해 완전무결한 도덕군자를 원하는 것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국력을 낭비할 것인가?

그러한 점에서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사회 지도층에 체화되어야 한다.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흐린 것은 자연의 이치다. 앞으로 고위공직에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몸가짐(修身)’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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