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고질민원 해결사’ 장태동 국민권익위 특별조사팀장 기사의 사진
장태동 팀장은 인터뷰를 하면서 ‘경청’이란 말을 유난히 강조했다. 민원인의 주장을 낮은 자세로 잘 들어주는 것이 고질민원 해결의 첩경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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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는 일에 국민들이 모두 공감할 수는 없다. 법과 제도의 미비, 공무원의 무성의 등으로 대정부 민원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민원인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의 각 부처, 경찰과 검찰, 국가정보원, 심지어 청와대에까지 불만을 토로하며 해결을 요구한다. 정당한 주장도 있지만 엉뚱한 요구를 하는 사람도 많다. 국민들의 민원을 총괄하는 곳은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다. 문제는 고질(악성) 민원이다. 공무원과 민원인 중 누구 잘못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양측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다. 이런 골치 아픈 민원을 전담하는 곳이 있다. 국민권익위 내 '고충민원 특별조사팀'이다. 지난 12일 장태동(56) 팀장을 만나 고질민원의 현황과 해결 과정에서 겪는 애환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장 팀장은 고질민원 해결사로 불린다. 그의 사무실은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국민권익위 빌딩 20층에 있다.

-사무실이 너무 허름하고, 창고 같다.

“불과 4명이 일하는 곳이어서 불편함은 없다. 고질민원인을 상대하기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이런 곳이 더 좋은 측면이 있다. 고질민원인은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상담에 응하지 않는다. 서로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는 데는 이런 곳이 더 좋다.”

-팀장의 외모와 언행이 참 소탈해 보인다. 팀 조사관들의 인상도 좋고.

“민원인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일을 맡긴 것 같다. 고압적인 인상을 주거나 그렇게 말하는 직원은 우리 업무에 맞지 않는다.

-고질민원 전담팀은 언제 생겼나.

“2011년 7월이니까 꼭 3년 됐다. 정부 최초로 이런 팀이 구성됐다. 그동안 77건을 넘겨받아 65건을 해결했다.”

-고질민원을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하나.

“동일·유사 민원을 5회 이상 반복적으로 제기하면서 공무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 공무원이 정당하게 처리했음에도 징계를 요구하거나 민·형사 고발을 하는 경우, 상습적으로 시위를 하거나 담당 공무원을 협박·폭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권익위 내 9개 민원 담당과에서 해결하기 힘든 사건을 넘겨받는다.”

-가장 힘들었던 민원을 예로 든다면.

“같은 민원을 2000번 이상 제기한 사람이 8명이나 된다. 국민신문고에 무려 6006번 글을 올린 사람도 있다. 민원은 한 번 올린 것을 처리하는 데 평균 8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고질민원은 엄청난 행정낭비를 유발한다. 6006번 민원 제기자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단말기 판매 영업권을 카드회사가 몰래 제삼자에게 팔아넘기는 바람에 폐업하게 되자 경찰에 고소했음에도 무혐의 처리되자 부당하다며 재수사를 요구한 케이스다. 우리 팀이 나서 조사한 결과 민원인이 갑작스러운 영업권 상실로 충격을 받아 정신이상 징후가 있어 충분한 경청과 함께 업무방해의 심각성을 설명해 종결시켰다.”

-또 다른 케이스를 소개해 달라.

“지하철 공사로 피해를 본 민원인이 7년 동안 생업을 접은 채 국토부 앞 자살시도, 국민권익위원장 자택 앞 텐트농성, 대통령 연설회장 앞 소동을 벌이느라 극빈자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쪽방촌에 사는 그에게 각 기관의 협조를 받아 전세 주택자금 7000만원을 알선해 줌으로써 불만을 해소해줬다.”

장 팀장은 알코올 중독으로 생을 포기한 극빈자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 주거나, 진입로를 둘러싼 3명의 민간인 간 다툼을 중재 처리한 경우, 치매 노인을 정신병원에 입원 조치한 경우도 소개했다.

-고질민원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민원인 입장에서 보면 공무원이 형식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다. 형평성에 어긋나게 처리하는 바람에 불만을 사는 사례도 있다. 행정기관 입장에서 보면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의 약점을 이용해 사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또 편집증이나 피해망상증, 국가나 사회에 대한 불신을 가진 사람이 막무가내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선진 외국에는 고질민원을 어떻게 처리하나.

“영국이나 호주의 경우 고질민원을 ‘비이성적 민원’이라 부르며, 조사관 보호를 위해 우편접수만 허용하고 이메일 계정을 차단한다. 면담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온정주의가 반영돼 100% 민원인 위주로 응대한다.”

-고질민원은 어떻게 처리하나.

“낮은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팀은 100%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능성의 극한에 도전하자’는 것이 우리 팀의 모토다.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민원이 최초로 발생된 행정기관에 잘못이 있는지를 조사해 해결하는 것이다. 둘째, 행정기관에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도 민원인이 불만을 계속 표시할 경우 그들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납득할 때까지 설득하는 것이다. 셋째, 양쪽 다 문제가 없는데도 해결책이 없을 경우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텐데.

“물론이다. 그럴 경우 우리가 민원인의 주장을 경청한 다음 민원인을 입회시킨 상태에서 원점에서 재조사한다. ‘종전에 민원 처리를 담당했던 공무원 손에서 이미 떠났으니 악감정을 깨끗이 씻고 우리와 함께 새로 시작해보자’고 설득한다. 민원인의 반응을 봐가면서 특별조사팀이 맡은 경위를 설명한 뒤 ‘우리가 원점에서부터 민원인 입장에서 조사할 것이며, 결론을 내는 마지막 정부기관’이라는 점을 주지시킨다. 자기편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안심시키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행정기관과 민원인, 특별조사팀 3자가 현장에서 만나 충분히 대화하면 대부분 해법이 나온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엉뚱한 주장을 하는 민원인한테 그게 통하나.

“아니다. 불만을 가진 사람한테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고질민원의 20% 정도는 공무원과 민원인 간 대화 단절에서 비롯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리고 경청만 잘해도 고질민원의 60% 정도는 해결된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두 마리 개’를 내쫓자는 말을 한다. 민원인에게 선입견과 편견을 갖지 말고 이야기를 들어주자는 것이다. 우리는 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0번 이상 현장을 방문하고, 밤을 새워가며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경청의 노하우라도 있나.

“노하우라기보다는 진심으로 당신을 도와주겠다는 자세로 임해 민원인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공감경청이라 부른다. 첫째, 민원인의 발언에 추임새를 넣어주며 배려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둘째, 민원인의 발언에 몰입돼 그의 불만이나 억울함을 ‘나의 문제’로까지 끌어올린다. 셋째,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 우리 조사팀에 공감하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끝까지 얘기를 들어준다. 그렇게 경청해 주면 대부분의 민원인은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고질민원인을 대하면서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고질민원인은 공무원들로부터 법에 의하면 도와주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법 규정을 언급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곧바로 반발하게 돼 있다. 머리와 머리가 만나면 ‘두통’이고, 가슴과 가슴이 만나면 ‘소통’임을 새삼 깨닫고 있다. 특히 고질민원인에 대해 남을 괴롭히는 사람, 혹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면 절대 해결이 안 된다. 고질민원인 스스로가 법과 제도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 민원을 발생시킨 공무원이 성의 없이 대응한 데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손쉽게 해결되는 수도 있다.”

-고질민원을 담당하다 보면 조사관들의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많겠다.

“그것이 걱정이다. 나만 하더라도 한때 우울증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사실은 조사관들이 정기적으로 심리치료를 받으면 좋다. 우리 팀에 승진 특혜 등을 내걸고 지원을 받고 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는다.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수밖에 없다.”

-조사관들에게 어떤 특혜가 있나.

“특혜라기보다는 까다로운 일을 하는 데 대한 보상은 받는다. 사실 조사관은 민원인들로부터 인격무시와 폭언 및 협박은 말할 것도 없고, 징계요구와 형사고발 위협을 받기도 한다. 승진과 근무평가, 성과상여금, 해외연수 등에서 우대를 받는다. 고질민원인에게 항상 친절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친절도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실에 대해서는 문책을 받지 않도록 돼 있다.

-고질민원 해결사라면 공공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나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잖아도 우리 노하우를 그런 곳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주민들 간 극심한 갈등으로 6년여 동안 끌어온 새만금(전북 군산) 송전선로 건설사업 문제를 우리 팀 중재로 타결지었다. 우리 팀이 14차례나 현장을 방문해 중재안을 마련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았다.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연장운영 갈등, 대구시 낙동강 취수원 이전 갈등, 낙동강 우륵교 차량통행 갈등에 대해서도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불과 4명으로 구성된 팀으로는 국가적 과제인 공공갈등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다고 하자 인터뷰 모습을 지켜보던 김의환 고충처리국장은 “공적 분야의 집단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조사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마음 같아서는 특별조사팀을 대폭 늘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사회와 공무원이 한층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갈등이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장태동 팀장 누구인가

고질민원 해결을 위한 정부 특별조사팀을 지휘하고 있는 장태동 팀장은 9급 공무원 출신이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그는 혹독한 가난으로 어린 시절 내내 신문 배달을 해야 했다. 힘겹게 보은고를 다니다 졸업장은 부산 해양고에서 받았다. 뒤늦게 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면서기로 공무원을 시작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군청, 도청, 내무부, 국민권익위원회로 옮겨가며 꾸준히 승진을 했다. 지금은 서기관이다. 서민의 아픔을 알고 평생 발로 뛰는 현장 행정을 했기에 고질민원 해결사가 된 듯하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도담교회 안수집사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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