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장지영] 역대 최악 브라질월드컵 개막식 기사의 사진
1988 서울 하계올림픽은 종종 해외 언론이 꼽는 역대 최악의 올림픽 개막식 또는 국제스포츠대회 개막식 1위에 오른다. 당시 개막식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날린 비둘기들이 성화에 불타 죽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꼽히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역시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 때 5개의 불기둥 가운데 하나가 경기장 바닥에서 나오지 않아 망신살이 뻗쳤다.

사실 이들 개막식은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역대 최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지만 내용 면에서 비판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13일(한국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은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부실한 내용 때문에 역대 최악의 월드컵 개막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월드컵 개막식은 원래 자국의 문화유산을 과장해서 뽐내는 올림픽 개막식보다 정치적 의도가 덜한 편이다. 그리고 올림픽과 달리 선수단 입장식이 따로 없기 때문에 전체 시간도 짧다. 800만 달러(80억원)가 소요된 이번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은 겨우 25분에 불과했다. 2006 독일월드컵이나 2010 남아공월드컵을 보면 대개 1시간30분 정도 개막식이 치러지는데 브라질월드컵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끝나고 말았다. 브라질이 자랑하는 자연, 인간, 축구를 소재로 한 개막식은 아름다운 장면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부실했다. 공연만으로는 경기장이 너무 허전해 보이기 때문에 바닥에 다채로운 색깔의 천을 깔았지만 부실한 내용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하반신 마비로 걷지 못하는 10대 소년이 로봇 의족으로 시축하는 장면은 개막식에서 가장 감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됐으나 당시 중계진이 제대로 화면을 잡지 않아 스치듯 지나가 버렸다.

이번 월드컵은 개막을 앞두고 준비 부족으로 비판을 받아 왔는데, 개막식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원래 개막식 예술감독은 세계적인 공연기업 ‘태양의 서커스’의 간판 연출가였던 프랑코 드라고네가 맡았다고 발표됐었다. 국내에서도 공연된 태양의 서커스 ‘퀴담’ ‘알레그리아’를 비롯해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인기 상설공연인 ‘르 레브’ ‘O’를 만든 드라고네는 스펙터클하고 아름다운 무대로 워낙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브라질월드컵 개막식 역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개막식 당일 드라고네가 예술감독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브라질월드컵 조직위원회는 개막식의 기본 콘셉트는 드라고네의 것이며 벨기에 출신 여성 연출가 다프네 코네츠가 프랑코 드라고네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함께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개막식 준비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드러난 것은 없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번 월드컵 개막식을 보면서 9월 인천 하계아시안게임 개막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서편제’로 유명한 임권택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웰컴 투 동막골’의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은 개·폐막식의 준비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도 4년 뒤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평창으로의 깃발 이양식과 한국의 축하 공연이 있었는데, 예산이나 출연 인원 문제 때문에 제대로 된 공연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내용 면에서 아쉬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제 국제스포츠대회 개·폐막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주최국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가늠쇠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인천과 평창에서 과연 어떤 개·폐막식을 보여줄 수 있을까.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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