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공병호의 세상 읽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공병호의 세상 읽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기사의 사진
고상한 학문을 많이 한 사람은 대체로 자본주의(시장경제)에 우호적이지 않다. 때문에 이따금 그렇지 않은 분들을 만날 때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경제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을 바라볼 때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분들이 소규모 사회의 경제 문제 해법과 대규모 사회의 경제 문제 해법을 혼동하는 것이다.

소규모 사회와 대규모 사회(익명사회)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른 방식을 써야 한다. 역사에서 비극적인 상황은 많은 인구로 구성된 익명사회가 소규모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경제 문제의 해결 방식을 사용할 때 일어나게 된다. 20세기 100년 동안 공산주의를 비롯한 사회를 개조하기 위한 대규모 실험은 소규모 사회에나 적용될 수 있을 해결 방법을 익명사회에 적용하면서 일어났다. 현대사회는 대규모 인구로 구성된 익명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소규모 사회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다.

성경에 기록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초대교회는 소규모 사회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소규모 사회는 어떤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른 구성원의 행동을 어느 정도 지켜볼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사도행전에는 성도들의 모습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고.”(행 2:44∼45) 소규모 사회는 이런 방식으로 경제 문제를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소규모 사회에서는 상대방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기회주의적 행동은 상당 부분 제어된다. 그러나 대규모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없다. 대규모 사회에서 소규모 사회의 경제 해결책을 사용하는 순간 자원의 낭비는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가격은 만능은 아니지만 대규모 사회가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멋진 방법임에 틀림없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자신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지게 하면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가격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경쟁을 낳게 되며 그런 경쟁 과정에서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원래 군사용으로 출범한 GPS가 최초의 상업용 제품으로 등장한 것이 1991년의 일이다. 당시 가격은 2500달러나 되었다. 치열한 경쟁에 힘입어 2000년까지는 12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공짜로 끼워 팔 정도로 범용화된 제품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누리는 대부분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이런 과정을 밟으면 가격이 인하되어 왔다. 이처럼 한때 부자들만 사용되는 제품들이 점점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언젠가 지방의 한 광역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상하수도 본부의 만성적 적자를 고민하다 8년 동안 동결되었던 상하수도 요금을 13.5% 올렸다. 사람들은 즉각 물 절약으로 반응했고 본부 또한 적자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 전국 기준으로 상하수도 경영평가 1위를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가격은 사람들로 하여금 합리적으로 반응하게 한다. 이렇게 간편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격과 경쟁에 의한 해법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기회가 생기면 가격 이외의 방법을 구해달라고 아우성친다.

이를 잘 묘사한 학자가 1993년에 제도 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더글러스 노스 교수다. 그는 인류 역사를 24시간에 비유하면서 그 역사 가운데 자본주의가 등장한 역사는 불과 3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한 바 있다. 무려 23시간57분 동안 시장 이외의 방법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스스로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호적인 시각을 갖기 힘들다. 특히 치열한 현장을 경험하거나,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해야 하지 않거나, 고상한 공부를 오랫동안 해 온 분이라면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의 확신이란 덫에 빠질 수 있다.

요한복음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는 말씀을 전한다. 예수님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진리다. 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가 활동하는 체제에 대해 올바른 관점과 지식은 상당한 자유를 준다. 분주한 일상의 삶 속에서도 삶을 둘러싼 기초에 대해서는 꾸준한 지적 투자가 필요하다. 마치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듯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그 근본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는 논쟁들 가운데 많은 부분은 진실을 제대로 확인하려는 노력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다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진리에 대해 꾸준히 탐구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누가 뭐라 카더라”는 확인되지 않는 주장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중심을 잡고 사는 일은 진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겨보게 된다.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