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판석] 人事 실패에 대한 정공법 기사의 사진
세월호 참사에 따른 수습과 후속조치 그리고 재난과 위기관리혁신 등 굵직한 당면 과제가 놓여 있는데, 정무직 인사 실패가 불거지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일시적인 방편으로는 난맥상을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정공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부가 이미 천명한 획기적인 국가 개조를 위해서라도 청와대부터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상책이므로 다음 몇 가지 고언을 제안한다.

첫째, 고위 공직자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인사수석제도 부활을 제안한다. 고위층 의중을 중심으로 ‘의중인사’를 하기보다는 ‘시스템인사’를 해야 한다. 청와대에서 정무직 인사를 담당하는 인력은 극소수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직 후보자에 대한 서류정리 작업은 가능하지만 인재를 널리 구하거나 인재풀을 확대하는 작업 등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지난 노무현정부 출범 시 인사보좌관실을 두었다가 1년 후 인사수석실로 확대 개편하여 운영하였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그 체제가 유지되지 못했다. 이명박정부는 비서실장 아래에 인사비서관 1명과 소수의 행정관을 두었으나 인사 실패가 여러 차례 발생하자 인사비서관을 수석급인 인사기획관으로 승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사비서관이 인사기획관으로 실제 승진한 시기는 이명박정부 말기여서 제도적 효과를 거두는 데는 실기하였다. 따라서 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통령비서실 내에 인사수석실을 설치하여 제도적인 공직인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인사검증 기관의 역량도 개선해야 한다. 인사검증은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해 왔는데, 검증 기일이 비교적 짧고 검증 인력도 적어서 검증실패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 아니다. 검증한 자료에 대한 해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검증한 자료에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고 적혀 있는데도 청와대 인사위원회 검토 과정에서 문제점을 경시하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고위층의 의중 등을 살피다보면 정무적 판단을 그르칠 수 있으므로, 검증자료 해석과 검토과정에서 정무적 판단 실수를 없애야 한다.

셋째, 고위 공직자 후보에 대한 검증기준을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정립해야 한다. 검증기준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공히 문제이므로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수준의 검증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검증기준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은 있지만, 과거 개발시대의 사정 등을 감안해 여야 합의나 사회적 논의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기준을 높여가는 현실적인 대안 모색도 필요하다.

넷째, 고위 공직자 후보 인재풀을 확대해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탕평책이 큰 호응을 얻은 만큼 탕평이 인사 원칙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적재적소 내지는 실적주의가 일반적인 인사 원칙이라면, 사회갈등이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는 대표성 등을 고려한 탕평책이 추가 인사 원칙이 될 수 있으므로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통 큰 정치가 필요하다.

끝으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부분적인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인사와 정부공직자윤리 담당기능 등을 함께 묶어서 인사혁신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개편하고,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활용 기능 등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제가 제왕적 상태를 넘어 제도적 대통령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제도화 자체만으로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지만, 제도가 잘 구축돼야 신뢰할 만한 운영 관행이 만들어질 수 있다. 좋은 제도 없이 좋은 관행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좋은 제도 구축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며, 한번 구축한 좋은 제도는 정권 변동과 상관없이 계승 발전돼야 할 것이다.

김판석 연세대 정경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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