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김재수 사장이 말하는 한국 농업 기사의 사진
김재수 사장은 앞으로의 농업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촌은 농민들만의 것이 아닌 국민 전체 삶의 터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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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칠레와 맺은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또 현재 협의 중인 중국과의 FTA는 연내 타결이 확실시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추진 중이다. 시장 개방을 통해 얻은 득실은 무엇이며, 과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한편에서는 쌀 시장 개방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수출 촉진, 가격과 수급 안정 문제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될 현안이다. 국내외적으로 2014년 한국 농업은 큰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농업정책 전문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재수(57) 사장을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를 만난 지난 18일은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이 러시아와 첫 경기를 치렀다.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서 앉자마자 그는 보도자료를 건넸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한식 베스트 11' 자료. 월드컵을 맞아 aT가 10개 해외 지사를 통해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 11개를 선정한 것이다. 김 사장다운 순발력이었다. 옛 농림부 공무원 시절부터 그는 '감'이 좋았다. 기자들 사이에선 뭐가 '얘기'가 되는지를 아는 인물로 통했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aT센터 6층 그의 사무실 창 아래로 넓은 화훼공판장과 화훼시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벼운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침에 축구는 봤나.

“이 방에서 비서실 직원들과 함께 시청했다. 잘했지만 우리가 비겨 좀 아쉬웠다.”

-회사 로고가 눈길을 끈다. 영문 약자 ‘T’만 대문자로 쓴 이유는.

“국회에 가면 의원들도 많이 묻는다. 관심을 갖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 같다.(웃음) 소문자 a와 대비가 되게 한 의도가 있다. 소문자 a 다음에 대문자 T가 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싹이 자라 큰 나무가 되듯 우리 공사가 앞으로 많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겼다.”

-지난 11일 아시아에서 처음 aT 화훼공판장이 실시한 ‘한국춘란 경매’에서 5300만원짜리 춘란이 탄생해 화제다.

“(난 얘기가 나오자 그는 책상에 있던 18일자 조간신문 스크랩을 가져와 보여줬다. 지방에 있는 난 전문가에 관한 전면 인터뷰 기사였다. 기사 여러 곳에 붉은 줄이 그어져 있다.) 한국춘란은 우리 고유의 자생식물로 거래 규모가 연간 2500억원이고 국내엔 난 애호가들도 50여만명에 이를 정도로 비중 있는 품목이다. 그러나 음성적, 사적 거래로 시장이 형성돼 왔다. 그러면서 가격이 왜곡되고 품종 개발에도 소홀해졌다. 이를 막기 위해 경매제도를 도입했는데 첫 경매치고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일본 대만 중국인들도 참가했으며 100여점이 6억여원에 팔렸다. 앞으로 품종 개선 및 다양화를 한다면 유망 수출 품목으로 육성될 것이다. 농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도 좋은 시도였다고 자평한다.”

-오는 8월 말 나주로 본사을 옮겨가는데 준비는 잘되고 있나.

“이미 현지 사옥도 준공이 됐고 하드웨어상의 애로는 없다. aT 본사 15층 중 몇 개 층은 서울에 남는 조직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내년 8월까지 매각한다. 그런데 공기업 경영 합리화의 취지는 좋은데 시한을 정해두고 일괄적으로 자산을 매각하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시장에서 제 값을 받기도 어렵고 자칫 외국 기업으로 싼 값에 넘어갈 수도 있다.”

-현 사옥 옆 화훼공판장 부지는 어떻게 활용되나.

“농업인의 자부심을 끌어올릴 랜드마크를 세울 계획이다. 이곳에는 첨단 화훼공판장, 미래농업센터, 직거래 장터는 물론 가드닝 마켓과 미래농업센터의 식물공장이 들어선다.”

-농산물은 늘 복잡하고 다단계의 유통 과정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중점 과제이기도 하다. aT는 어떤 노력을 해왔나.

“유통구조 개선은 우리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분야 중 하나다. aT는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 실행기관이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직후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을 만들었고. 1년여 후인 지난달 말 보완 대책까지 마련했다. 로컬푸드 매장 지원 등 직거래지원센터를 통해 유통비용을 줄였다. 지난해만 4250여억원의 유통비용이 절감됐고, 직거래 물량은 1조6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000억원 정도 늘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농산물 유통구조의 특성상 모두가 체감하는 효과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산지에서의 농산물 수급 문제, 식품산업이나 시장에서의 관련제도 개선 등 여러 완충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주로 하드웨어적인 시설 확충에 주력한데서 벗어나 앞으로는 직거래 활성화와 유통경로 간 경쟁 촉진으로 방향을 바꿔나갈 생각이다. 예를 들어 사전 가격을 미리 정하는 정가거래제나 상대를 정하고 거래하는 수의제도 등을 활성화해나가겠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자 단체의 기능 확대와 유통 주체들의 유통 효율성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직거래 시스템 강화, 온라인 사이버 거래 확충 등이 대표적이다.”

-aT의 수출 전략은 무엇이고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농업 관련 품목이 600가지가 넘는다. 이 가운데 특히 농어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거나 향후 수출 수요 증대가 기대되는 29개 수출 전략품목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고 있다. 재정적 지원과 함께 홍보·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딸기 장미 국화 백합 김치 등 14개 신선품목이 있고 넙치 굴 뱀장어 관상어 등 10개 수산품목, 소스류 막걸리 유자차 등 5개 가공품목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과 아세안 지역에 대한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농산품 수출업자들이 애로를 겪을 것 같은데.

“엔화 및 달러화 환율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고민이 많다. 작년까지는 환율하락 시 달러당 최대 80원 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부분보장 옵션형 환변동 보험’을 운영해 왔다. 올 들어 보상 한도를 무제한, 예를 들어 환율이 일정 수준을 기준으로 200원 내리면 200원을 전부 보상하는 ‘완전보장 옵션형 환변동 보험’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보험상품 정도만으로는 부족하나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 쉽지 않아 고민이다.”

-칠레와 FTA를 체결한 지 지난 4월로 10년이 됐다. 또 연내 중국과의 FTA가 체결돼 내년부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농가에 피해가 적지 않을 것 같은데.

“FTA가 체결되면 일반 소비자들은 득을 보는 반면 농업 분야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중국과의 FTA 발효 시 24조원 정도의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좀 조심스러운 전망이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볼 때 나는 큰 걱정 하지 않는다. 이미 값싼 중국 농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넘쳐나고 있다. 관세 감축 시기 등을 신중하게 하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우리 농식품의 중국시장 진출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보다 득이 많다고 보는 근거는.

“이미 한국 농식품은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중국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위안화 절상, 한류 확대, 중국 소비자들의 수입식품 소비 증가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연간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온라인 시장이다. IT에 탁월한 우리 마인드를 여기에 접목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조선족과 교민 위주인 수입 바이어를 한족 ‘빅 바이어’로 대체해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이 얘기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2010년 농진청장 시절 귀농·귀촌 교육에 주력했던 사례를 길게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제대군인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귀농·귀촌 증가는 삶의 패턴이 바뀐다는 증거다. 일본에는 ‘5도(都)2촌(村)’이란 말이 있다. 1주일에 닷새는 도시에, 이틀은 촌에서 산다는 것이다. 우리는 ‘4都3村’으로도 가는 추세다. 귀농·귀촌이 느는 것은 농촌 활성화와 직결되므로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막연하게 보따리 싸서 농촌으로 들어가겠다고 생각하면 100% 실패한다. 무엇보다 ‘나 홀로’ 귀농은 절대 안 된다. 일종의 창업으로 생각해야 된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과 철저한 인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농촌에 들어가서도 가능한 한 도시에서 하던 일과 연관된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농업은 과연 부가가치가 있나. 해볼만한 업종인가.

“농업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생산 가공 유통은 기본이고 관광 휴양 체험 교육 등으로 복합산업화되고 있다. 이종(異種)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가 있는 미래형 6차산업으로 발전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른바 억대 부농의 70%는 원래부터 농업을 하던 사람이 아니다.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자리가 있는 농업으로 젊은이들이 눈을 돌리면 기회가 엄청 많을 것이다. 달리 말해 농촌은 농업인만의 일터가 아니라 국민 전체 삶의 터전이다. 따라서 농업도 ‘국민농업’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가 쌀 시장을 개방하려고 한다. 농민단체의 반발 등 시끄러운데.

“(그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말을 시작하자 주저하지 않았다.) 내 소관은 아니다. 그러나 개방은 대세다. 관세화 유예를 계속 고집할 경우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만에 하나 관세화 유예가 연장돼 의무수입 물량이 늘면 우리 돈으로 외국의 농부들을 먹여 살리는 형국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정부가 그동안 협상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또 막판에 몰려 허둥댈 것이 아니라 진작 처리했어야 했다. 장태평 농림부 장관 시절 위원회까지 만들면서 밀어붙였으나 결국 해결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개방 반대 측이 정부의 소극적이고 안이한 자세를 물고 늘어질 경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였다. 지난 6·10개각에서 제외돼 섭섭하지 않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또 개각에 앞서 특별히 연락 온 것도 없었다. 진작부터 이력서를 달라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식량과 농업에 관련된 사람을 모아 포럼을 하는 등 NGO 관련 일을 하고 싶다. 대북 식량지원도 한 분야다. 아니면 고령화시대에 발생하는 노인 관련 여러 문제를 성찰하고 노인 친화사업 등을 통해 노인 관련 비즈니스를 생각해보고 있다.”

김재수 사장 누구인가

김재수 사장은 골수 농림부 맨이다. 경북 영양 출신으로 경북고 경북대를 졸업, 1977년 행시 21회로 공직에 들어온 후 줄곧 농림부에서만 근무했다. 사무관으로 농정 업무의 기초를 닦은 후 농업·식량·유통 등 농림부 고위관료로서도 드물게 9개 부서의 과장을 거쳤다.

그는 늘 일을 몰고 다녔다. 과장 재임 시 농안법 파동을 수습했고, 우루과이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농산물유통국장 때는 중국산 마늘의 대량 수입을 막고자 300%가 넘는 고율의 관세 조치를 취했다가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 전면 금지라는 중국의 강공에 휘청거렸던 이른바 '한·중 마늘파동'을 겪었다. 또 주미 한국대사관 농무관 시절에는 한·미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터졌다. 한·미 FTA,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굵직한 현안 해결의 중심에도 늘 그가 있었다. 2009년 농촌진흥청장 시절에는 존폐 위기에 놓인 농진청을 살리기 위해 뛰었고, 2010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때는 농산물 유통개선, 농림부 조직과 사업구조 개편, 농협법 개정 등을 처리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3개월 만인 2011년 10월 aT 사장에 부임, 2년8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그는 아이디어가 번득인다. '발상의 전환'은 그의 모토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막힘이 없다. 공보 감각도 뛰어난 편이어서 농림부 출입기자들과의 관계도 괜찮다. 재기가 넘치고, 다변인 탓에 간혹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에게는 '영원한 농업행정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개월 전에 김장환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요셉 목사가 시무하는 수원원천침례교회에서 장로가 됐다. 그의 장모는 경남 함안에서 고 손양원 목사를 뒷바라지할 만큼 처가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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