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이다. 그런데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인지 방과 후에 자기계발을 위한 취미활동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규수업을 마치고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려면 부모가 담임교사와 면담을 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빼준다고 한다. 또 혼자만 빠지게 되면 또래 친구들에게 왕따 비슷한 취급을 당하기도 한단다.

아이의 말에 따르면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은 강제적이어서 억지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고 대부분 엎드려 자거나 잡지를 보는 등 시간을 때운다. 일부 학생들은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정규수업에 대한 의욕마저 떨어진다고 한다.

며칠 전 일본에 거주하는 친척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데리고 우리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분 말에 따르면 일본의 고등학교는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이 없으며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학생은 정규수업 후에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고 자기계발을 위해 학원 수강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억지로 야간학습을 시키는 한국의 교육정책에 대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도 학생들에게 자율선택권을 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꼭 공부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사회가 아니다. 관할 교육청에 문의해 보니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해 주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왜 일선 학교에서는 강제적으로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보충수업도 일반교과 과목의 학습 기초가 부족한 학생에게 보충해 실시하는 수업이지만 현실은 공부를 잘하든지 못하든지 모든 학생이 받아야 한다. 보충수업비도 만만치 않은데 그 비용은 교사들의 수당으로 나간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할 바에는 정규수업 시간에 좀 더 내실 있게 가르치면 되지, 왜 보충수업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학교 대부분이 보충수업 시간에 부족한 부분의 복습이 아니라 교과목 진도를 나간다고 하니 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황폐화시키는 만큼 즉각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영락(부산 연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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