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쌍용차의 연비 부풀리기 논란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싼타페 등에 대해 자체 연비적합조사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면부터다. 당시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연구원은 차량 14종의 연비를 조사한 결과 현대차 싼타페 DM R 2.0 2WD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CX7 4WD의 연비가 신고된 공인 연비보다 8% 이상 낮게 나와 허용 오차범위(5%)를 넘어선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에 두 업체는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서는 연비 차이가 5% 이내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정부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때부터 국토부와 산업부 간 노골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국토부와 산업부는 지난 4월 각각 재조사를 실시했다. 국토부는 산업부가 지적한 잘못된 연비측정 방식을 수정해 연비조사 차량을 1대에서 3대로 늘리는 등 수정된 방식으로 재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두 차종은 국토부 재조사에서 연비가 6∼7% 낮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반면 산업부 재조사에서는 1차와 같이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연비 적합도 판정 기준은 두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수백번 재조사를 해도 결과는 똑같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토부는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 중 하나라도 오차 범위인 5%를 벗어나면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반면 산업부는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를 합한 복합연비가 오차범위를 벗어나야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구조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통일된 기준을 하루빨리 정하는 것이 소비자의 혼란을 없애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두 부처는 재조사 이후에도 그 결과 발표를 놓고 3∼4차례 발표 일정을 연기하면서 기싸움을 벌였다.

겉으로 보면 연료소비효율표시제를 운영해온 산업부는 국토부의 측정 방식이 잘못됐다며 업계 편을 들었고, 국토부는 재조사를 해도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소비자 편에 선 모양새였다.

그러나 속내는 연비 관리 권한을 가져오려는 두 부처의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9월부터 자동차 연비 중복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두 부처를 앉혀놓고 협의를 시작했지만 중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정부는 26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자동차 연비 검사 주체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연비 기준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자동차 연비 중복규제 해소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현행법상 소비자 피해보상 미비 등으로 ‘연비 뻥튀기’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