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태순] 결국, 용인술이 관건이다 기사의 사진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유임시켰다. 당초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도 이를 수용한 바 있다. 그러나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연거푸 낙마하자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 총리의 유임을 발표하면서 6년 전 폐지됐던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부활 방침을 밝혔다. 인사수석 밑에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고 인재의 발굴과 검증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19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밝혔던 국무총리실 산하 인사혁신처 신설과 함께 인사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 몇 가지만 짚어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전 정권에 없었던 인사수석실을 새롭게 만든 바 있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인사는 합격점일까. 아니다. ‘코드 인사’니 ‘돌려막기 인사’니 하는 신조어들이 탄생한 게 바로 그 무렵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는 지금까지 시스템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인사를 해왔다는 말인가. 아니지 않는가.

문제는 용인술(用人術)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완비됐어도 그것을 쓰는 사람이 시원치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일수록 해킹당하기 쉽다. 누가 슬쩍 그 시스템을 교란시켜도 원인을 찾기 어렵다. 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오롯이 그것을 만지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외부로부터의 공격과 간섭에서 얼마나 안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대중정부의 중앙인사위원회, 노무현정부의 인사수석실 그리고 이명박정부의 인사기획관실 모두 외형적으로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보좌하고 보필하는 조직이었다. 하지만 실제 인사는 권력 실세나 비선(秘線), 심지어는 힘센 다른 수석들의 입김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렸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통령의 힘은 인사권과 상벌 권한에 있다. 국민들이 위임해준 이 두 개의 칼을 대통령이 얼마나 엄정하게 쓰느냐에 따라 나라의 명운이 갈린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그렇지 않다. 인사가 어지러워지고 상벌이 분명치 않은 데서부터 국정 혼란이 왔고 국운이 기울었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살아있는 교훈이다.

지난 5월 19일 박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면서 ‘국가 개조’를 다짐했다. 연초에 밝힌 바 있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실천을 위해서도 패러다임의 혁명적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경영에 있어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고, 인사는 인사권자의 용인술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대통령의 용인술이 바뀔 수 있느냐가 국가 개조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국무총리실 인사혁신처의 신설에 즈음해 몇 가지 고언을 드린다. 첫째, 헌법상 대통령의 수석보좌관인 국무총리의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총리실 인사혁신처와의 수직적 권한 배분과 수평적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잘못하면 권한이 중첩되고 혼란만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권력 실세니 하는 외풍(外風)으로부터 인사담당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 과거 정권의 예를 보면 자칫 잘못하면 인사수석실은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형식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고무도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셋째, 인사수석실이 스스로 권력기관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직사회에서 인사는 거의 전부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경계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끝으로, 각 부 장관들의 인사권을 철저하게 보호해줘야 한다. 인사권이 없는 장관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장관들에게 적절하게 인사권을 위임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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