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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철 칼럼] 박 대통령 급락 지지율 반전시키려면

“국정과제 강력 추진 위해선 50% 이상 돼야… 개혁성·추진력 갖춘 총리 지명 시급”

[성기철 칼럼] 박 대통령 급락 지지율 반전시키려면 기사의 사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미국과 한국에서 아주 상반된 추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정치 여론조사가 본격 실시된 1980년대 초 이후 조지 W 부시를 제외한 4명의 대통령이 상승세 지지율로 임기를 마감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최종 지지율은 모두 50% 이상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율은 예외 없이 30%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볼 때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당시 70%를 상회했으나 임기 말에는 각각 금융위기와 세 아들 비리로 10%와 20% 선으로 추락했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도 50%대 중·후반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으나 퇴임 때에는 20%대에 그쳤다. 한국인들이 미국인들과 달리 성공한 대통령을 선뜻 손에 꼽지 못하는 이유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성적표라 할 수 있다. 민심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지지율이 떨어질 때 대통령 비서실에선 거의 예외 없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론 죽을 맛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치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형 국정과제나 개혁정책을 수행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높으면 큰 어려움 없이 추진할 수 있지만 낮을 경우 제동이 걸리기 십상이다. 김영삼정부가 5·6공 비리청산, 전두환·노태우 구속수사, 금융실명제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임기 초·중반의 꽤 높은 지지율 덕이라 하겠다. 김대중정부의 금융위기 극복과 경제개혁, 남북정상회담 성사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핵심 대선공약이던 대운하 건설을 포기한 것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였던 4대 악법 폐지를 단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40%대 초반으로 급락한 것은 여간 위중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6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 두 명의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를 거치며 15% 포인트 이상 빠진 것이다. 서울에선 40% 벽조차 깨졌다. 보수층과 영남세력이 받쳐온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자신이 어떻게 하더라도 전통적 지지자들은 결코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란 박 대통령의 자만심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지 싶다.

문제는 세월호 사고 이후 다짐했던 관피아 척결과 국가 대개조를 실천에 옮기려면 전폭적인 국민 지지가 있어야 할 텐데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항세력이 준동할 때 국민의 이름으로 제압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얘기다. 그에 앞서 약속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기업 개혁, 규제개혁까지 추진 동력을 받으려면 대통령 지지율을 최소한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지지율을 반전시키려면 대통령 자신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독선과 불통의 정치를 당장 걷어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 앞에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각과 청와대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쇄신하는 문제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인사실패 아닌가. 최근에 이뤄진 몇몇 인사는 국민정서와 거리가 멀다. 내각 쇄신의 지름길은 개혁성과 추진력을 갖춘 새 국무총리 지명이다. 한 편의 코미디처럼 유임된 정홍원 총리에게 국정개혁을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박 대통령이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 해도 내각에 역동성이 생길 리 만무하다. 무릇 인사에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는 만큼 널리 의견을 들어 국민의 박수를 받을 만한 총리감을 발굴하기 바란다.

아울러 인사실패를 막지 못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쯤에서 거취를 정리하는 게 좋겠다. 대통령을 위한 길일 뿐만 아니라 분노한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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