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 걸기-서윤경]“잊지 않겠습니다” 기사의 사진
독일 출생의 작가 알프레드 23 하르트는 음악과 퍼포먼스, 비디오 등을 융합한 작업을 선보이는 중이다. 영국 리즈 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한 인도 출신의 탈루 엘엔은 자본과 권력, 그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을 주제로 조각 작업을 하고 있다.

전혀 다른 국적의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 세계를 넘나들며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라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둘 다 한국에 거주한다는 점이다. 탈루 엘엔은 8년째 한국에 살면서 세계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알프레드 23 하르트도 199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한국-이루어지지 않은 소망을 담은 곳’이란 곡을 발표한 뒤 2000년 초부터 한국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두 사람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작가 13명이 지난 17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들은 한국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보던 것들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작품을 만들었다. 가령 서양에선 볼 수 없는 한국화된 서양식 가옥, 빈 땅이 있으면 생겨나는 텃밭은 외국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그들은 그 모습을 화폭이나 카메라 렌즈 속에 담았다. 그런데, 그 전시에서 우리의 시선을 더욱 사로잡은 게 있다. 알프레드 23 하르트가 전시장 벽에 자신이 직접 쓴 시를 프린팅한 ‘멈춤의 시간(Time of Short Stop)’과 탈루 엘엔이 설치한 작품 ‘E=MC2’였다.

두 작품은 각각 세월호와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소재로 했다. 놀랍게도 두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그들도 우리도 똑같았다. 알프레드 23 하르트는 “세월호 사고 이후 모든 예술적 행위를 멈췄다”며 자신의 심경을 벽면에 토해내듯 적었다. 사고 전까지 그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대형 야외 미술관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로 그는 한국의 민낯을 보게 됐고 이후 작업을 멈췄다고 고백했다.

탈루 엘엔의 설치 작품은 기괴했다. 병원용 침대 위엔 드럼통이 쌓여 있었고 드럼통 틈새엔 풀들이 피어났다. 이 모든 것을 뒤덮은 것은 검은 기름이었다. 그는 2007년 12월 7일 아침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고 유명한 해변 중 하나인 만리포 해변에 1만800t의 기름이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했다.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세월호 사고와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온 국민이 잊지 말자며 다짐했다. 그러나 이미 하나는 과거 속 이야기가 됐다. 다른 하나는 지금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는 중이다.

안산 단원고의 2학년 학생들이 71일 만에 등교했다. 그들은 “아는 척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임 후 첫 일정으로 찾은 진도실내체육관. 그곳에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잊지 말아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두 문장은 너무 달랐지만 하나의 의미로 연결되는 듯했다. ‘잊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브라질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거리 응원에 나섰고, 일부 대학교는 예정된 축제를 진행했다. 정부도 관광 활성화에 나섰다.

물론 개인에게 침묵과 슬픔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적도 다른 두 작가의 작품에서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2014년 7월 1일 현재 사망자는 293명, 실종자는 11명이다.

서윤경 문화부 차장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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