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세상을 품은 건물, 창덕궁 주합루 기사의 사진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창덕궁 후원에 들어서면 정갈한 연못 부용지가 나온다. 북쪽 높은 대지에는 2층 누각이 우뚝 자리 잡고 있다. 주합루(宙合樓)란 글씨가 2층 현판에 또렷하다. 부용지와 주합루를 감싸 안은 일대는 어느 계절에도 아름답다. 울창한 숲을 두른 전각들은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사진 촬영지이기도 하다.

주합루는 정조가 왕위에 오른 1776년에 세웠다. 아래층 규장각에선 뛰어난 학자들이 모여 공부에 전념하였고, 넓은 누마루가 있는 2층에선 토론을 하였다. 정조는 전각 이름에 세상을 품는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관자(管子)’ 주합편에 ‘천지는 만물의 풀무’란 말이 있고, 하늘 위로 통하고 땅 아래에 이르면서 사해 밖까지 나아간다는 원대한 뜻이 있다.

그러나 이런 커다란 생각은 일제의 침략으로 짓밟히고 만다. 110년 전인 1904년 주합루에 일본군이 떼지어 들어와 러일전쟁 승리 행사를 벌였다. 망국 이후에는 총독이 정무총감과 헌병사령관을 데리고 단풍놀이를 하던 단골 장소가 되었다.

지금은 후원을 정비하면서 오염을 씻어냈다. 더 이상 어두운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부용지 잔잔한 물 위에는 고요하고 안정된 세상이 비친다. 이제 주합루는 다시 세상을 품는 건물로 되살아나서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2012년 보물 제1769호로 지정됐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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