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장원] 한·중협력이 노동시장 흔든다 기사의 사진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하고 있기에 중국과 노동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본다. 어제 한 언론보도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경쟁국가인 대만 경제가 우리보다 전망이 좋다고 국제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를 중국과 대만의 경제적 통합 요인에서 찾고 있다. 우리 경제가 살려면 중국과의 경제협력이나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중국 시장과 통합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 특히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방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약 10년 전 미국의 저명한 노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학 교수는 세계적인 노동시장의 일자리 위기와 저임금 경쟁을 분석하면서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개혁과 개방 이후 갑자기 세계 노동력의 3분의 1이 늘어난 충격 속에서 발생한 일자리 위기를 기존 산업 국가들이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중국 근로자들에게는 새로운 축복의 세상이 열린 것이지만 세계 도처에서 인건비 낮추기 경쟁이 벌어지고, 아웃소싱이 늘어나 간접고용이 확산되고, 저임금 노동자의 규모나 임금소득 양극화의 문제는 더 확대되고 있다.

우리 주변을 보더라도 중국에서 온 교포나 중국인들이 합법적이거나 불법적으로 대량 진입하면서 음식점이나 건설업 그리고 영세 제조업의 임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규모가 크고 형편이 나은 핵심 수출 제조업은 중국이나 대만 기업에 비해 낮은 배당률 수준을 따지는 투기자본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사내 유보금을 늘려야 하기에 이익이 나도 하도급기업에까지 돈을 풀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하도급기업은 비정규직 활용에 의존한다.

물론 중국 경제의 발전은 우리에게 부품과 같은 연관 산업의 일자리를 늘려주고 수출 확대에 따른 일자리 양을 늘려주는 역할도 하지만 현 추세에서 중국 경제와의 협력 확대가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즉 양국 모두 ‘밑바닥 경쟁(race to the bottom)’ 게임을 촉발하고 있지 독일 경제와 같이 ‘히든 챔피언’ 모델을 촉진시켜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전부터도 추진돼 왔지만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을 촉진하고 자유무역을 도모하자는 논의가 더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기할 것은 현재와 같은 추세를 유지하더라도 경제적 통합이나 의존도가 양국 간에 더 증진될 게 분명한데 굳이 특별한 협정이나 협력방안을 추진하기 위해선 노동기준의 향상과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배려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 장치가 없다면 우리는 눈앞의 단기 이익만 따지다 급격히 거대한 중국 경제의 하위 파트너 국가 중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

즉 EU가 경제통합 단계에서 추진했던 사회적 기준의 상향 통합 노력이 병행되는 경제협력 방식을 한·중 양국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소득 양극화 해소방안, 생활 가능한 임금수준 유지, 노조활동의 기회 확대, 고용안정을 위한 지침 마련 등에 대해 양국이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단순한 협력만이 아니라 양국의 경제협력 과정에서 이런 통합적 기준들을 어떻게 도모할 수 있는지 노동 및 사회 협정을 더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사실상 중국 경제의 포위와 배제를 겨냥하고 있고 그 안에서 중요한 지렛대로 다룰 노동이나 사회기준이 현재의 웬만한 국가 간 무역이나 투자상 균형 수준보다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한·중 양국은 TPP나 한·중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관계없이 우선 양국의 노동기준을 더 끌어올려 상호 간 높은 수준의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양국이 어느 배에 올라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준비는 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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