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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이지현] 그 누군가의 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삶의 향기-이지현] 그 누군가의 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사의 사진
분노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외면당하거나 무시당할 때 가슴속 깊은 곳에 미운 감정이 끓어오른다. 사랑받지 못해 생긴 이 감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덩이처럼 커져 이성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사회적 외톨이가 아닌 평범한 사람도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 인정받지 못할 때 쉽게 분노하게 된다. 하물며 자존감이 낮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될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증오를 잉태하는 공동체

최근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은 범행 동기가 집단 따돌림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간부들도 따돌림에 동참하고 동기인 병장들도 무시하고 후임조차 그를 병장으로 인정 안 했다는 것이다. 물론 원인은 임 병장에게 있지만 보다 중요하게 지적돼야 하는 것은 ‘증오를 잉태하는 공동체’이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따돌리고 배척하는 집단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고립된 분노가 ‘사회적 테러’를 낳는다. 그리고 사람은 미움을 먹고 자라면 괴물이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주변 사람의 아픔이나 약함을 내치지 않고 돌보려는 노력을 했는지, 우리는 자신만을 위해 남을 따돌리는 편협한 인간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담을 쌓고 떨어져 홀로 고통을 겪고 있을 외톨이에게 손을 한 번 내밀어 보았는지 생각해 보자. 관심과 배려는 소외된 자들에게는 가장 좋은 약이다.

먼저 ‘비정상’으로 낙인찍는 대신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공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공감 능력은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집단 따돌림을 시키는 문화를 극복하고, 차이를 다양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차이’를 받아들이면 ‘차별’은 사라진다.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의 부적응 문제가 ‘제2의 임 병장’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을 둔 친구는 “아들이 평소에 내성적이고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데 군대 가서 동기나 선후배들에게 소외될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많은 어머니들의 속내이기도 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두 가지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살아간다. 음식물을 통한 영양 섭취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통해 주고받는 사랑의 영양분이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산다.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인격을 존중받고 수용 받을 때 스스로 가치 있고 귀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아 정체감이 확립되도록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가정환경이 열악해서 어렵다면 교회와 공동체가 이 일을 담당해야 한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란 것을 알고 복의 근원임을 깨닫는 것이 인간 성장의 가장 좋은 밑거름이다. 묘목에 부목을 대어서 바르게 성장하게 해주듯이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이 일을 감당해 주어야 한다.

가정에선 자녀들을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보다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나약하고 어려운 사람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권력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약자를 위해 진정한 용기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린 절박한 순간에 찾아와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누군가의 한 사람이 돼야 한다. 바로 우리가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 이 세상에서 당신은 한 사람이지만 그 누군가에겐 세상의 전부일 수 있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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