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민주화 세대가 본 산업화 세력의 功過는 기사의 사진
유시민은 주5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정치인 시절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여러 번 다녀오면서 인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한 번도 들르지 않은 것이 내내 찜찜하더라”고 말했다. 돌베개 제공
2008년 정계를 은퇴한 유시민은 그 후로 6권의 책을 썼다. 중간에 정계 복귀를 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던 2년여의 시간을 제외하면 한 해 평균 두 권씩 책을 낸 셈이다. 지난 7일 유시민이 또 한 권의 책을 선보였다. 자신이 태어난 1959년부터 2014년까지 55년의 한국 현대사를 자기 기준으로 분류하고 해석한 ‘나의 한국현대사’가 그것이다.

“2012년 대선이 끝나고 나서 서점가에 현대사 바람이 불었어요. 대선 결과의 배후에 역사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 때 보니까 사람들이 볼만한 현대사 책이 많지 않더라고요. 1980년대에 나온 책을 읽고 있는 대학생을 만나기도 했고.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내가 한 번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시사평론가 유시민은 그렇게 역사해설자로 데뷔했다. 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 내 ‘자유인의 서재’라고 문패를 단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유시민은 넉넉해 보였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달변도 여전했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주제가 현대사다. 스스로 밝히듯 그는 역사학자도 아니다. 왜 그는 위험한 이야기 속으로 뛰어든 걸까? 책 앞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어느 정도 답을 준다.

“2012년 대선의 실체는 역사전쟁이었다고 나는 판단한다. 극단적으로 갈라진 세대별 투표성향은 한국현대사를 대하는 감정과 태도의 차이와 관계가 있다.”

“‘박정희의 딸’과 ‘노무현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2년 대선은 박정희의 시대와 김대중 노무현의 시대가 부딪친 역사의 전장이었다.”

유시민은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라며 “좋든 싫든 한국은 박정희가 만든 나라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반 책을 쓰면서 보수 쪽에서 나온 자료와 책들을 많이 보았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에 쓴 ‘국가와 혁명과 나’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덧붙였다. 저술 작업을 통해 현대사를 보는 그의 시각에도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궁금했다.

“큰 변화는 없어요. 그러나 예전에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도대체 왜 이렇게 한 거야, 이해할 수 없고 화나는 게 많았다면 지금은 이렇게 할 수도 있겠네, 이래서 이랬구나, 그런 부분이 늘어난 건 맞아요.”

“한국현대사는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두 세력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이다”라는 저자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 책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대화를 하려면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알아야 되지 않겠어요? 부자가 얘기할 때도 ‘아버지 생각 저도 아는데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이래야 대화가 되고 설득이 되죠. ‘아버지 생각은 너무 낡았어요’ 이러면 얘기 자체가 안 되는 거예요.”

유시민은 한국현대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북한, 다섯 가지 영역으로 분류한 뒤, 역사와 개인사를 섞고 자료와 의견을 붙인 뒤 속도감 있는 문체로 밀어붙인다. 경제사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경제학자인 저자의 역량이 빛난다. 그는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어도 경제성장률에 관한 한 진보, 보수 정권에 차이는 없다’ ‘보수정권이 경제성장에 더 유능하다는 건 근거가 없다. 게다가 경제위기는 보수정권에서만 왔다’ ‘사회적 불평등은 진보정권에서 더 악화됐다’ 등 흥미로운 결론을 도출하며 편견을 뒤집는다. 반응은 꽤나 뜨겁다. 출간 1주일 만에 4만부를 찍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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