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그 후 30년… 다시보는 ‘백남준의 꿈’ 기사의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나의 예술적 고향-라인란트의 백남준’ 전시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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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은 1984년 1월 1일 정오 미국 뉴욕에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제목으로 프로젝트를 벌였다. 미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의 소설 ‘1984’ 내용이 틀렸다는 뜻을 담았다.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오웰은 ‘1984’에서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에 지배당하는 등 기술이 인간을 장악할 것이라며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했다.

백남준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안녕? 오웰. 너의 예언은 틀렸다. 발달된 과학기술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밝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게 하였다. 안심해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만끽해라”라고 오웰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과 한국에 생중계됐다. 백남준이 기획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통한 생중계 쇼였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독일 개념미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퍼포먼스를 벌이고, 뉴욕에서는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거장은 그렇게 위성을 통해 함께 공연했다. 미국 안무가 머스 커닝엄, 미국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 이탈리아 배우 겸 가수 이브 몽탕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뉴욕 공영방송 WNET 주조정실에서 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편집해 내보냈다. 한국에서는 KBS TV가 생중계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위성기술이라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지구 이편과 저편 사이에 다리를 놓고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벽을 허문 전위예술이었다. 당시 지구를 단일 네트워크로 묶은 것은 지금의 ‘인터넷’과 비유된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될 미래를 예견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백남준은 같은 해 6월 22일, 한국을 떠난 지 34년 만에 조국의 초대를 받아 귀국했다.

기계문명과 매스미디어의 역기능에 대한 암울한 예견을 경쾌하게 깨뜨리며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기상천외한 ‘우주 오페라-인공위성 프로젝트’를 벌인 백남준의 작품은 30년이 지난 지금, 일상이 됐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 성행하는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시원인 셈이다. 유튜브를 통해 지구촌의 경계 없는 축제를 벌이는 싸이는 백남준의 직속후예라고 할 수 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두 곳에서 열린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9월 30일까지 ‘나의 예술적 고향-라인란트의 백남준’이 개최된다. 1960∼80년대 독일 라인강 연변의 라인란트에서 활동할 당시의 사진과 영상물 등 130여점을 선보인다.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가 11월 16일까지 열린다. 백남준이 기획한 전대미문의 프로젝트를 국내외 작가 20여명이 당시 자료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예술은 사기다”라고 외치면서도 상생과 화합, 문화적 이해와 소통을 평생의 신념으로 삼았던 백남준. 문명의 이기가 타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하는 오늘날, 그가 꿈꿨던 세상을 돌아보게 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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