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생로병사展에  나온  소줏고리 기사의 사진
조선 후기 소줏고리.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항아리 위에 시루를 얹어놓은 듯하다. 소주(燒酒)를 만들 때 쓰는 오지그릇의 겉모습이다. 허리처럼 잘록한 부위에는 경사진 주둥이가 달려 있다. 여기에서 증류된 소주가 나온다. 곡물을 발효시킨 전술을 그릇에 넣고 찬물을 담은 냉각기를 위에 얹는다. 증기가 새지 않도록 맞닿은 부분을 막고 불을 지피면 전술이 열에 의해 증발되며, 냉각기에 닿아 냉각되어 소줏고리의 주둥이를 통해 술이 흘러나온다. 이 술이 증류식 전통소주이다.

증류주의 역사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한다. 기원전에 제조한 간단한 증류기가 출토된다. 원료도 다양하다. 곡물, 과일, 우유, 용설란, 흑설탕 등으로 만든다. 이집트에서는 대추야자를 원료로 증류주를 제조했다고 한다. 한국에 증류주를 전래한 것은 몽골군이다. 고려 말 몽골군이 주둔한 개성, 안동, 제주도에 제조법이 퍼졌고, 지금까지 소주를 만드는 전통이 내려온다.

소주는 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조선왕실에서 덥고 습한 기운 구제용으로 사용했다. 중국 칙사를 대접하는 여름철 연회에서 상하기 쉬운 탁주와 청주 대신 소주를 대접했다는 기록도 있다. 소주를 많이 마셔 병이 드는 사람도 있었다.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소주 중독에는 생오이와 칡뿌리가 좋다고 했다. 증류를 반복, 알코올 도수를 높여 사사(賜死) 때도 썼다. 이 소줏고리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9월 14일까지 열리는 한독박물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조선왕실의 생로병사-질병에 맞서다’에서 볼 수 있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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