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삶의향기

[삶의 향기-이승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삶의 향기-이승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사의 사진
지금쯤 뭔가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워낙 충격이 컸기에 나라 전체에 새바람이 일 줄 알았다.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 종교인 교수 등 사회지도층부터 말과 행동이 달라질 줄 알았다. 사회 곳곳에 변화의 새 물결이 넘실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오랜 악습과 부패 관행을 벗고 새롭게 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정치인은 여전히 당쟁과 권력 쟁취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무원과 정부기관은 복지부동과 관피아의 달콤한 추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함께 잘사는 행복한 나눔 경제보다 엄청난 돈을 쌓아놓고 기업 살찌우기에 우선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장관 후보로 청문회에 선 몇몇 인사들은 거짓말과 각종 의혹, 자진사퇴 등으로 국민을 부끄럽게 했다.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인 정직성과 청렴성이 고갈된 이 사회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석 달. 우리는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낡고 부패한 일상에 젖어 있다. 띄우지 말아야 할 배를 띄웠다는 감사원 보고서에 나타난 청해진 해운과 실소유주 유병언 일가의 탐욕과 도덕불감증이 사회 전반에 누룩처럼 번져 있다. 돈벌이를 위해 국가를 속인 유씨 일가의 악행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성경의 진리를 다시 되새기게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있는 국가기관들은 검은돈의 먹이가 돼 책무를 저버렸다.

적폐에 붙잡힌 국가개조

검찰과 세월호 국회특위에서 나온 조사내용은 국가기관과 개인의 도덕 및 책임윤리가 총체적으로 부패해 있음을 보였다. 감사원 보고에 따르면 해경은 구조를 위해 조난 선박과 교신을 시도해야 했지만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4월 16일 오전 8시55분부터 9시27분까지 32분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퇴선 지시도 하지 않았다. 세월호가 100도나 기울어졌는데도 부력이 있다며 차분하게 구조할 것이라고 했다. 진도 VTS는 CCTV 자료를 삭제했고 감사원 감사관이 갔을 때는 CCTV를 아예 철거했다. 검찰은 유병언을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은 여야 이견으로 결국 6월 국회에서 불발됐다.

정부는 국가개조 차원의 대대적인 정비를 하겠다고 했지만 인적청산, 제도개선, 도덕성 회복운동 등 뭐 하나 제대로 진행한 게 없다. 개조든 변혁이든 우리는 부끄러운 민낯에 대한 깊은 성찰에 우선 나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이다. 유물론적 세계관 사회에서 정의 평화 사랑 공의의 사회로 변혁되는 역사의 전환점이다. 돈과 권력에의 집착보다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찌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는 국민적 동의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가개조 작업은 멈춰서는 안 된다.

전 국민이 개조의 주체라야

국민 모두가 변화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 정치인 공무원 종교인 기업인 교수 등 지도층은 더욱 자발적으로 개혁에 나서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역사의 발전은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는가에 달려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치부를 들춰내고 경기침체와 국민의 소망을 꺾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개혁해야 한다는 좋은 명분을 줬다. 이제 국가 개조라는 새로운 도전에 불쏘시개가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그 역할을 하면 어떨까. 예수님이 머리가 되는 교회는 능력이 있다.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