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남성현] 줄타기 외교는 답이 될 수 없다 기사의 사진
지난 7월 1일 일본 각의는 집단자위권 행사가 일본 헌법상 허용된다고 결정하였다. 이로써 일본은 제2의 군국주의를 향해 루비콘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집단자위권의 핵심 내용은 동맹국이 공격받거나 자국민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는 경우 일본이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미군 함정이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군이 공격할 수도 있고, 한반도의 유사시 일본군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한반도에 진주할 가능성도 생기게 되었다.

집단자위권 행사를 결정한 일본의 아베 정부만을 비판하는 것은 일면만 보는 것이다. 동북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고, 그런 선상에서 미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자위권 결정의 다음 수순은 올해 말로 예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이다. 올해 말이 되면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동북아의 신(新)군사전략이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집단자위권 행사 배후는 미국

미국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과연 어떤 의중을 갖고 있는 것일까. 지난 4월 2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군사비 감축으로 인해 한반도 유사시 후속 병력 증파에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다시 말해 예전 한·미 군사동맹 차원에서 약속했던 미국 본토 증원군을 예정대로 파병하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한반도 유사시 상황에 어느 나라 군대가 상륙한다는 것인가.

미국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미군의 역할을 축소하면서 생기는 공백을 일본군으로 대체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듯하다. 만약 유사시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일본군의 상륙을 요청한다면 우리 정부가 무슨 수로 그걸 막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다.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은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한·일 군사정보 공유협정을 체결하려고 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한·미·일 3국 간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우회하여 한·일의 군사협력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힘겹게 버티지만 마지못해 끌려가는 형국이다.

끝까지 지켜준 강대국은 없다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부속물로 격하되는 미묘한 시기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7월 3일 방한한 시 주석은 2015년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및 한반도의 광복 70주년 기념식을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시진핑의 방한은 친척집 방문”이라고까지 하였다. 미·일의 밀월이 노골화되자 중국과 우리나라가 간격을 좁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안전을 담보해 주지는 못한다. 19세기 말 우리는 청나라에 기대보기도 하고 1902년 러시아의 중재로 중립국을 선포하기도 했지만 다 부질없는 몸부림이었다. 1905년 7월 29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은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것을 용인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과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로 현실화되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결정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어두운 역사를 희미하게 떠오르게 한다.

인류 역사에서 줄타기 외교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궁극적으로 보호한 경우는 없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킬 힘과 역량을 갖추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우리 자신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하늘나라의 시민으로 살아야 하지만, 동시에 지상 나라의 시민으로 평화를 이루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외국 군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과 질서를 하루속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남성현 한영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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