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소혜] 맞춤형 아동학대 방지책 기사의 사진
아이들이 사방에서 죽어가고 있다. 최근 1년간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아동사망 사건만 해도 울주, 칠곡, 인천, 전주 등 몇 건에 이른다.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아동학대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그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금만 더 잘 갖추어 놓았더라면 그들을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은 어느 누구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실패야 딛고 일어서면 그만이지만 이미 꺾인 생명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우리를 더욱 무력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둔 친권제한·정지 제도는 살아남은 어른들의 마음을 조금은 위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종래에도 부모의 학대나 유기에 의해 아동의 생명·신체가 위험에 처한 경우 부모의 친권을 상실시켜 아동을 보호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아직 아이들을 위한 복지서비스의 연결망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부모의 친권을 상실시키는 것은 그들을 또 다른 위험으로 내몰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시설 외에는 성년이 될 때까지 그들을 보호해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친권상실제도는 그다지 널리 이용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학대받는 아이들을 다시 한 번 절망하게 만든다. 학대받는 아동을 간신히 부모와 격리시키더라도 부모가 아직 친권자임을 빌미로 아동의 인도를 요구하는 경우 이를 물리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낳아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끔찍한 범죄 현장에 끌려가야 하는 아이들을, 우리는 그동안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친권제한·정지 제도에 따르면 이런 경우 부모의 양육의무를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친권 중 일부만을 제한하거나 친권 전부를 일정한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부모라는 울타리를 인정하면서도 그 울타리가 자녀를 해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령 부모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자녀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면 최대 4년까지 그의 친권을 정지시키고, 국가가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면서 부모에게 치료를 받도록 한 후 치료가 끝나면 다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살도록 할 수 있다(친권정지 제도). 아동학대의 의심이 있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을 때 부모가 이러한 간섭을 피하기 위해 자녀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 한다면 부모의 친권 중 거소지정권만을 제한하여 아동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도 당해 지역에서 계속 필요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친권제한 제도).

십여년 전 신애양 사건처럼 부모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자녀의 수술을 거부함으로써 아동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때, 그의 친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술받는 것만 가능하게 하는 제도도 신설된다(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 제도). 아동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때에는 종래에도 부모의 동의 없이 의료행위가 가능하였으나 이 경우 수술에 반대한 부모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를 놓고 실무상 혼선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민법에 따라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을 받은 경우에는 마치 부모가 수술에 동의한 것과 같이 의제되므로, 아동의 치료비용이나 향후 개호 등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은 가정 내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안전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이번 민법 개정에 의해 아이들의 가정 내 안전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는 마련되는 셈이다. 이제는 그 아이들이 온전한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제대로 된 부모를 돌려줄 때다. 친권 제한 또는 정지 심판을 받은 부모가 그 기간 동안 상담이나 치료, 그 밖의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받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들이 다시 자녀에게 돌아가 부모로서의 숭고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전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만이 이미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길일 것이다.

현소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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