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최계운] 가뭄 습격, 홍수 위협 기사의 사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사람을 들볶는다. 큰 피해 없이 우리나라를 비켜간 태풍 ‘너구리’ 이후, 폭염은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피서라도 떠났으면 좋겠지만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여름 가뭄이 도무지 심상찮고, 홍수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강수량이 매우 적다. 호수와 강의 수위가 크게 낮아졌으며, 몇몇 댐은 바닥을 드러내고 발전은 멈추었다. 여름이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았으니 쉬 말할 일은 아니나, 대규모의 극심한 가뭄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홍수도 걱정이다. 소리만 요란했던 장마와 태풍이 홍수를 경계하는 마음을 누그러뜨릴까 두렵다.

악재중첩(惡材重疊). 가뭄과 홍수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이 여름을 지켜보고 있지만, 걱정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왜 일까? 홍수와 가뭄에 대한 사람들의 체감지수가 크게 낮아진 탓이다.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를 통해 우리의 물 관리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덕분이다. 생활지역이나 생활방식의 변화도 원인이다. 농사가 주업이던 지난날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도시화, 산업화 등이 좋은 예다.

그렇다면 이제 가뭄이나 홍수 걱정은 기우(杞憂)일 뿐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가뭄과 홍수는 여전히 실재하고 또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자연재해다. 화산에 비유하자면, 휴화산보다 활화산에 가깝다. 태풍 너구리가 이를 증명한다. 너구리는 일본열도를 관통하며 큰 상처를 남겼다. 집중호우와 강물의 범람으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도로 및 철도 유실, 침수 등의 재산피해 또한 엄청났다. ‘자칫 방향을 잘못 틀어 우리나라로 향했더라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세월호 사고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평소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훈련하지 않으면, 실재 재난과 위기를 맞았을 때 적절한 대응이 몹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가뭄과 홍수는 먹이를 노리는 고약한 맹수와도 같다. 공격에 예고가 없고, 공격 범위를 한정하지 않는다. 공격패턴 역시 일정치 않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분명한 건 빈틈없는 대비만이 피해의 최소화를 약속한다는 것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방방곡곡 물 관리 현장순례가 생활이 되었다. 오늘날의 물 관리는 대부분 의 과정이 시스템화돼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스템이 좋아도 그것을 운영하는 건 결국 사람이고, 모든 가상 시나리오까지 예상하는 체계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그리고 최첨단 과학으로도 자연의 변덕이나 기상의 변화를 100% 예측해서 뜻대로 통제하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가뭄과 싸우며 홍수 대비에 애쓰는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역량과 기술, 온갖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것이 멘탈(Mental·정신)이다. 이는 월드컵이나 물 관리나 다를 게 없다.” “혹, 국민과 여론의 나무람이 있으면 여기에 감사하자. 모르고 틀린 게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무엇을 고치고 또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여름 가뭄이 심상치 않다. 분명한 건, 어떠한 기상 이변이나 대규모 가뭄과 홍수도 통제 불능의 상태로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확실한 선택과 단호한 행동이 따라야 한다. 4대강을 비롯한 지난 노력에 대한 냉정한 반성과 공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뚜벅 걸음을 계속해야 한다.

여름은 한창인데, 강과 호수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홍수와 태풍 또한 호시탐탐 우리의 방심과 허점을 노린다. 깨어 있자. 어떤 생각과 행동이 스스로와 이웃을 지켜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더 깊이 고민하자. 오늘도 가뭄과 홍수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최계운 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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