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싸우면서 닮는다? 기사의 사진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7·30재보선 선거전에서 고전하고 있는 반면 크게 주눅 들었던 새누리당이 오히려 기세를 올리는 분위기라고 들린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전략공천’이 전세를 일거에 뒤집어 놓은 제1요인으로 꼽힌다. 6·4지방선거 때 광주광역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했다가 곤욕을 치른 것을 그새 잊어버린 듯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에 대해 다시 이를 감행했다. 자신이 공천 신청을 했던 광산을에서 서울 동작을로 옮겨진 기동민 후보는 좀 난처한 표정이라도 지었다. 그런데 광산을에 낙하산으로 투하된 권은희 후보의 경우 웃음을 숨기지 않는 빛이었다.

시대의 양심이고 정의라는데

지난 15일 권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김 공동대표는 “권 후보를 모함해서 상처 내려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권 후보는 우리 시대의 양심이고, 용기이고, 정의다”라는 말로 인사를 시작했다. 그런 다음엔 ‘세월호 참사’를 들어 정부 여당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아마 그 말로 낙하산 공천의 명분이 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권 후보를 시대의 양심·용기·정의라는 것은 선거운동용 레토릭으로서도 지나치다. 권 후보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이로써 일약 유명인사가 됐지만 김 전 청장은 2심까지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건 권 후보의 주장이 진실이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뜻이다. 진실이 아닌 말로 남을 곤경에 빠뜨린 셈인데 이에 대해 한껏 찬사를 보냈다. 그것이 김 공동대표의 도덕관이고 직업윤리의식인가? 그 ‘시대의 양심’이 논문표절, 남편 재산 축소신고 등 논란에 휩싸인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물론 상고심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확정 판결이 나기 전에 사건의 핵심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고, 그 행위를 미화하는 게 과연 제1야당 대표로서 할 일인지 궁금하다. 이런 건 누구에게 물어보면 될까?

새정치연합의 안·김 두 공동대표는 전략공천권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행사했다가 맹렬한 후폭풍에 시달리는 격이 됐다. 이가 다 빠진 헌 칼로도 적진 속을 종횡무진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만부부당지용의 조자룡이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미치지 못하면서 흉내를 내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국가공직을 사유물로 인식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이길 것으로 전망됐던 것은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난맥상 때문이었다. 민심은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리는 듯했다. 그 반사이익은 자연히 새정치연합에 돌아갈 것이었다. 야당으로서는 몸조심만 하고 있으면 이른바 ‘미니총선’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듯이 보였다.

그런데 제1야당의 공동대표들은 자신들이 공격해 마지않았던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답습했다. 비선라인에 의한 독단적 인사라고 연일 맹공을 가하던 그들의 인사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에 대한 전략공천은 말하자면 당 지도부에 의한 인사발령이나 마찬가지다. 당직이라면 누가 뭐랄까. 국민의 대표 자리를 선물하듯 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표현으로는 ‘사후 뇌물’ ‘보상 공천’이다.

싸우면서 닮는다더니 이 경우가 그렇다. 국가공직을 사유물처럼 인식하고 다룬다는 점에서는 야당 지도부가 대통령보다 한 수 위다. 정치를 공적 영역이 아니라 사적 영역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이런 인식과 행태를, 과거 선배들로부터 어떻게 그처럼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정치의 장에서 생성되고 전해지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 건가?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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