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업무를 크게 나누면 범죄를 해결하는 업무와 범죄가 일어나지 못하게 예방하는 업무로 나눌 수 있다. 범죄가 일어나지 못하게 예방하는 업무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으로부터 그들을 지키는 것이 우리 경찰의 중요한 임무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초등학교를 방문해 특수학급 대상 성폭력예방교실을 진행하던 중 담임교사로부터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학생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할머니 소유의 집이 있어 차상위 생활보호대상자도 아니고, 장애등급을 신청하지 않아 등급도 받지 못해 모든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부모는 아침 일찍 밭에 나가 저녁 늦게 귀가하기 때문에 방과 후 한 살 많은 오빠와 함께 집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담임교사와 함께 집을 찾아가 보니 천장은 내려앉았고, 벽지는 찢어진 채 온통 낙서투성이였다. 싱크대는 음식물 찌꺼기가 눌어붙어 있었으며, 화장실과 거실에는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 경남 의창구청 사회복지과를 찾아가 무지개울타리사업(창원시 주거개선 사업)에 선정될 수 있게 사회복지계장과 협력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조해 장애등급을 취득,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경찰서 자선바자회를 개최하였다. 우리 직원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도서, 장난감, 의류, 생필품을 기증해 주었고 현장에서 십시일반으로 조그만 성금도 모았다. 기증받은 물건들을 전달하고 모금된 성금으로는 책상과 의자, 책꽂이 수납장을 사 선물하였다. 무지개 울타리 사업으로 깨끗해진 방에서 선물 받은 책상에 앉아 즐거워하는 학생을 보며 같이 기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누군가를 도울 때 난 항상 행복해지는 것을 느낀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주역)이라는 말이 있다 “선한 일을 쌓으면 집안에 반드시 기쁜 일이 있다”는 뜻으로 내가 기분이 좋으면 그 행복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내 집안뿐만 아니라 사회를 좀 더 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가슴’이 요구되는 게 요즘의 현대사회다. 그 사회의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4대 사회악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모두가 힘을 보태야겠다.

류재응(경남 창원 서부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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