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유전자 감식과 지문 확인을 통해 시신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임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변사체 발견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달 12일이다. 경찰은 시신이 심각하게 부패돼 신원을 알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튿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지역 의사 등에 대퇴부 뼈와 머리카락을 보내 1차 유전자 감식을 맡겼다. 국과수는 이 중 비교적 손상이 덜한 대퇴부 뼈를 이용해 유전자 감식을 벌였다. 국과수는 내부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 끝에 해당 유전자가 검찰에서 넘겨받은 유씨 추정 유전자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해 21일 경찰 등에 통보했다. 경찰은 "뼈에서 유전자를 추출하려면 연화 작업 등 사전 처리 과정이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1차 감식에서 변사체의 유전자는 검찰이 경찰 등에 넘긴 유씨 추정 유전자와 일치했다. 그동안 확보된 유씨의 유전자는 두 가지였다. 금수원을 압수수색할 때 집무실에 있던 빗에서 유전자를 채취했고, 그가 은신했던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에서도 체액을 확보했다. 이 두 유전자와 변사체의 유전자가 일치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최근 구속 기소된 유씨의 형 병일(75)씨의 유전자와 대조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계 Y염색체와 모계 X염색체를 대조하는 미토콘드리아 확인법을 통해 이 변사체가 병일씨와 같은 부모를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22일 더 정밀한 검사를 위해 아예 시신을 국과수로 보냈다. 국과수는 시신에서 근육 일부를 떼어내 유전자를 분석했고 하루 만에 유씨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뼈보다는 근육이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만에 하나 채취한 유전자가 유씨 것이 아닐 가능성에 대비해 지문 확인 작업도 벌였다. 지문 역시 유씨 것과 일치했다. 시신 발견 당시에는 변사체의 부패와 훼손이 심해 지문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에서 변사체가 유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날 새벽 다시 지문 채취를 시도해 지문 확보에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짓눌려 있던 오른쪽 집게손가락이 건조되면서 여기에서만 지문 능선이 나와 채취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과거 왼쪽 집게손가락이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시신 발견 당시 이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유씨가 비호세력의 도움을 받아 도피 중인 것으로 생각했지 숨졌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유전자 검사를 긴급으로 하면 (신원확인) 날짜를 며칠 당길 수 있었지만 유씨와 직접 관계를 짓지 못해 '미스'가 있었다"고 초동수사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국과수는 사인 등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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