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유재웅] 정부대변인이 안 보인다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화두 중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이 말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정상적이지 못한 법, 제도와 관행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정부 대변인 제도다. 정부조직법 제30조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 예술, 영상, 광고, 출판, 간행, 체육, 관광에 관한 사무와 국정에 대한 홍보 및 정부 발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의 정부 대변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는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우리나라 정부 대변인이라는 사실을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법과 현실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정부 입장을 발표한 사례를 근래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국가적 주요 이슈가 발생하면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나서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내외에 밝히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정부 대변인의 발표를 보기 어렵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를 추론해 보면 무엇보다 청와대가 원인의 일단을 제공해 왔다고 하겠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이후 청와대가 국정 이슈 발표의 진원지가 되면서 정부 주요 발표의 창구가 청와대 대변인이 되어버렸다. 정권에 따라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주요 국정 이슈의 발표 창구가 청와대가 되다 보니 정부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정부 대변인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국정 전반의 돌아가는 상황을 평소에 꿰고 있어야 한다. 법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정부 대변인으로 규정하면서 실제 운영은 부처 이름대로 문화와 체육, 관광 업무 등을 담당하는 장관으로 좁혀 인식한다면 정부 대변인 임무를 아무리 수행하라 한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 대변인이 소임을 다하려면 국무회의는 기본이고 국가 안보를 비롯해 국정 주요 이슈와 관련된 각종 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필수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내부의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 대변인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알아서 하니까’라면서 그동안 눈을 감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아니면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장하는 업무가 광범위한 관계로 정부 대변인 임무까지 눈을 돌릴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변인이라는 업무는 속된 말로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더욱이 중대 국가위기 국면에서 정부를 대표해 입장을 밝힌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피해갈 일은 아니다. 누군가는 정부를 대변해야 하고, 이 임무는 정부가 국민에게 서비스해야 할 기본 책무에 속하는 일이다.

정부 대변인 제도의 정상화는 많은 홍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박근혜정부의 홍보 컨트롤타워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의 국정 책임감과 존재감을 복원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차제에 청와대 대변인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각 부처 대변인의 관계를 최대한 명료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직결된 사안은 청와대 대변인, 각 부처 정책은 소속 부처 장관, 여러 부처와 관련되어 있거나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사안은 정부 대변인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하여금 발표 창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책임행정 구현 차원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만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 대변인의 소임을 수행하기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면 법과 현실의 불일치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부처로 이관하는 게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유재웅(을지대 교수·홍보디자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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