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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염성덕] 교황 訪韓 앞둔 개신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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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있는 기독 학생들은 종교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를 보냈다. 암울한 군부독재 치하에서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 가운데 신앙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놓고 방황했던 것이다.

당시 대학에서 활동하던 보수적인 기독 동아리들은 각종 불의, 부조리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기도했지만 독재타도와 민주쟁취를 위한 투쟁에는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대통령은 하나님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왈가왈부할 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사회적 모순과 병폐에는 눈을 질끈 감고 개인 구원에만 매달리는 것을 보고 기독 동아리에서 이탈하는 학생이 많았다. 그렇다고 이들이 투쟁에 치중하는 기독교 단체로 옮기는 것도 생각처럼 쉽게 결단할 일은 아니었다.

가톨릭 장단점 취사선택해야

고민 끝에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학생들이 나왔다. 이들은 1974년 결성된 정의구현사제단의 민주화운동에 큰 영향을 받았다. 시국선언, 김지하 구명운동, 인혁당 사건 진상조사 등을 벌인 정의구현사제단에게서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가 다시 개신교로 돌아온 지인이 있었다. 결혼하면서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남편은 성당으로, 아내는 교회로 가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집안 어른들의 지적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개신교로 재개종하면서 지인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가톨릭에서 영세를 받았는데 개신교에서 세례를 받아야 하는가.’ 가톨릭을 인정하지 않은 교단으로 갔으면 영락없이 세례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섬기는 예장 통합 소속 교회의 담임목사는 지인이 가톨릭 영세 신자임을 확인하고는 세례 교인으로 인정했다. 이런 현실을 모르는 개신교인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심지어 목사들 중에도 그것이 사실이냐고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있다.

가톨릭 盛하면 개신교 衰한다

지인처럼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은 95년보다 15만명 가까이 감소한 861만명가량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톨릭 신자는 95년보다 219만명(57.3%) 늘어난 514만명에 달했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신교인 861만명 중에는 이단 사이비 신자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개신교 목회자들은 말씀을 전할 때나 기도할 때 ‘1200만 성도’라고 부풀려 말한다. 총회 때 소속 교인 수를 공개하지 않는 교단도 있다.

교계에서는 늘어난 가톨릭 신자 대부분이 개신교에서 개종한 것으로 추정한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두 차례 방한한 뒤 가톨릭 신자가 급증한 것을 고려할 때 다음 달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가톨릭으로의 쏠림 현상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은 ‘100만명 정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한국교회에는 가톨릭을 ‘형제교회’로 보는 교단이 있는가 하면 ‘배척해야 할 종교’로 보는 교단도 있다. 신학자들마다 가톨릭을 보는 시각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입장이 맞는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톨릭이 성(盛)하면 개신교는 쇠(衰)한다는 점이다. 가톨릭의 장점은 벤치마킹하고 단점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때다.

염성덕 종교국 부국장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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