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성인] 부채탕감이 부양책이다 기사의 사진
최근 최경환 경제팀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라는 단어도 맨 끝부분에 보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재정투융자 확대, LTV·DTI 규제 완화, 사내유보금에 대한 환류 촉진으로 요약되는 경기부양책이다. 최 부총리는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도 요구했다.

필자는 경기부양과 경제성장이 현재 우리 경제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서는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금리 인하를 미루는 한은은 한은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본다. 규제 완화가 아니라 가계소득 증대가 현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의 중요한 고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최 경제팀의 정책에 동의하는가. 일부 수긍하지만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우선 수긍하는 점부터 살펴보자. 수출일변도의 성장정책에서 내수 활성화에 의한 경기 부양으로 강조점을 돌린 점, 그리고 가계소득의 증대가 내수 활성화에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인식한 점 등은 모두 필자의 생각과 부합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기본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3개의 정책기조 중 재정투융자 확대와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는 모두 부채 공급을 확대해서 총수요 증가를 도모하겠다는 정책이다. 정부가 기업에 돈 싸게 빌려줄 테니 투자하고, 은행이 가계에 돈 싸게 빌려줄 테니 집을 사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가계는 돈을 더 빌릴 수 없을 정도로 빚이 턱밑까지 차 있다.

둘째, 주택 매매가격 상승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었다. 주택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고, 이미 그 변곡점을 지나쳤다. 그런데도 최 경제팀은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 이 정책은 아마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설사 성공하더라도 국가 경제를 거품 위로 둥둥 띄우게 될 것이다. 한심한 것은 금융위원회 관료들이다. 아무리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어찌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의 질을 호전시킬 것’이라고 헛소리를 하는가. 그렇다면 지난 3월 초에는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기 위해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를 반대했다는 것인가.

셋째, 가계소득 증대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핵심은 노동소득분배율의 향상이다. 노동자들의 한계소비 성향이 일반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의 환류를 도모하기 이전에 임금 인상을 장려하여 사내유보금 자체를 줄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후속대책이라며 대주주의 배당에 대해 최고 38%의 종합소득세율 대신 14%의 분리과세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주택 임대소득 분리과세에 이은 또 한 번의 선물이다. 재정수입 증대를 꾀해도 부족한 마당에 부자 감세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첫째, 부채 증가에 의한 성장정책을 포기하고 부채 축소에 의한 내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특히 부채 상환 능력을 상실한 저소득층의 경우 도산 절차를 우호적으로 개정하여 신속하게 부채 탕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최저임금 상승과 함께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둘째, 세금을 제대로 걷어야 한다. 주택 임대소득과 배당소득을 예외 없이 종합소득에 합산 과세해야 한다. 사내유보금액에 대해 세금 부과하기 이전에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 세금 안 걷고 기금 동원해서 눈가림으로 적자재정하다 보면 반드시 다음 정부에서 또 문제가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LTV·DTI는 완화해서는 안 된다. 굳이 완화하려면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강남3구만 빼고 완화해야 한다.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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