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조석] 세계와 함께 기사의 사진
몇 년 전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순례길을 걸을 때, 여름방학을 이용해 그 길을 걷던 한국청년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당당하고 씩씩했으며 누구와도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 두 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는 남쪽인지 북쪽인지이며, 또 하나는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 텐데 머나먼 유럽까지 순례길을 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이다. 필자는 이런 질문이 괜히 불편해 불친절한 답변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 젊은이들은 남한에서 왔으며 한국의 경제력은 젊은이들이 이 정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연스럽게 답변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인이었다.

한국경제는 1960년대 이후 6차에 걸친 경제개발계획과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수입대체형 산업육성’에서 ‘수출주도형 산업육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새 활로를 모색하던 한국경제는 70년대 들어 두 차례의 오일쇼크, 원자재 가격폭등과 섬유 등 노동집약적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강화 등 국제무역환경의 악화와 후발 개발도상국의 추격으로 경공업 중심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게 되었다. 80년대 들어 다자무역 구도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개시로 새로운 체제로 진입하게 되고 쌍무적으로는 자국 시장으로의 수입을 억제하는 수입규제를 넘어 우리 시장을 개방하라는 요구로 확대되어 거센 통상 파고를 맞았다.

특히 무역과 재정의 쌍둥이 적자에 고전하던 미국은 88년 자국의 종합무역법에 불공정 무역을 하는 교역 대상국에 대하여 무역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소위 ‘슈퍼 301조’를 제정하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 상대국과 협상을 전개하게 되었다. 당시 한·미 간에는 국산 제품 의무 활용 축소, 투자자유화 확대, 농산물시장 개방 등을 주요 의제로 쉽지 않은 협상이 이뤄졌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계와 함께하지 않고는 세계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세계화가 확산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 95년 세계무역기구(WTO),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개방과 경쟁의 시대에 접어든 우리는 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제 사회 전반에 개혁적 조치가 요구되었으며 기업들은 구조조정, 투명경영 등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받게 되었다. 이렇듯 한국경제가 발전할수록 세계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우리를 변화시켜야만 했고 그러한 도전을 극복하면서 한국경제는 도약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추진해 온 많은 개혁조치들과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IT 벤처기업의 육성 등은 세계 속의 한국경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거의 100%인 우리 경제로서는 개방과 글로벌 스탠더드는 우리가 편리한 대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필수적인 과제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뿐이다.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입장을 설득하고 또한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상대방의 요구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자신감만이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더욱이 우리 경제 발전의 밑받침이 되는 에너지의 수입 의존도가 97%인 에너지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실해 진다. 우리는 2013년 1485억 달러를 들여 석유 가스 석탄 등의 에너지 자원을 수입해 왔으며 이 규모는 주력산업인 자동차(483억 달러) 반도체(527억 달러) 선박(371억 달러)을 수출한 금액 모두를 합한 규모보다 더 큰 수준이다. 우리가 국제 사회라는 무대에서 어디쯤 서 있는지 그 현실을 직시하면 왜 우리가 세계와 함께해야만 하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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