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장원] 기본급 논쟁이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묘하다. 노조가 기본급을 올리는 데는 별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기본급을 덜 올리고 대신 추가근로수당으로 올려 달라고 한다. 최근의 통상임금을 둘러싼 교섭 갈등과 소송전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기본급이 아니고 상여금이나 수당으로 지급했다 하더라도 고정적으로 지급해 왔다면 기본급과 차이가 없어 근로의 대가로 통상적인 임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기본급으로 반듯하게 반영해 달라는 요구와 야근하지 않더라도 정규 근로시간만 채우더라도 생활이 가능한 기본적인 임금을 달라는 방향으로 논의가 모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오직 대기업, 제조업, 그것도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아 특근이 많은 사업장 중심으로 다툼과 갈등이 번져 나가고 그 쟁점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간주되는지 아닌지 그래서 초과근로수당이 올라서 총액임금 수준이 올라갈 것인지가 핵심이다. 통상임금 이슈가 터져나올 때 이것이 우리 노동시장에서 난무하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안정적인 기본급 중심으로 근로자 임금보상 시스템을 바꾸라는 시대의 요청이라고 해석하던 사람들은 머쓱해지는 상황이다.

초과근로를 줄이고 기본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노조의 문제 제기가 심각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금속산업, 특히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지는 지극히 일부의 관심이 되어야 하고 전체 근로자들 노동시간을 줄이고 기본급을 늘리는 투쟁을 제기해야 한다. 선진국들 대비 지금도 연간 400∼500시간 더 일하고 있고 기본급 비중은 100인 이상 사업체 조사 기준으로 2년 전에 전체 임금 중 57%에 지나지 않는 이런 파행성을 고쳐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당연히 기본급 비중을 늘리고 초과근로를 제한받게 되면 기업들은 힘들어진다고 반응할 것이다. 여기서부터 사용자가 요구할 것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기본적인 정규 근로시간만 일하고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려면 생산성 향상 방안을 노조가 동의하거나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대부분이 해마다 자동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급을 가진 현재의 연공적 기본급 체제로는 기본급 비중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으니 임금체계를 하는 일의 가치와 성과가 반영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정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대기업 노사가 싸우더라도 명분과 정당성을 갖춘 기본급 논쟁을 하자는 취지는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본급의 비중과 결정체계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발전해야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대기업의 임금 수준이 협력업체에 비하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들어오면 기본급은 비슷하다고 피해간다. 중소기업은 상여금이 거의 없고 기본급 비중이 더 크다. 기본급 비중을 임금 총액에서 70% 이상으로 가져간다면 우리는 자동차 공장에서 왼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를 다는 일이 동일 가치의 일이 아닌지 그래서 기본급 간 차이가 너무 벌어진 것이 아닌지를 쉽게 비교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도 마찬가지다. 기본급의 비중을 비슷하게 맞추는 노력을 해야 불공정한 임금비용 전가형 비정규직 일자리들을 줄일 수 있다.

이제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후폭풍을 대처하는데 있어서 법적인 초점으로부터 정책적인 초점으로 옮겨가자. 개별 노사가 교섭을 통해 통상임금 이슈를 정리해 가는 과정에서 맥 놓고 관망하거나 훈수나 두는 노사정의 태도를 반성하자. 통상임금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기본 노동에 대한 기본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과제다. 만약 올해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이 결론난다 하더라도 내년에는 많아진 시간당 초과근로수당으로 인해 초과근로를 보장하라는 노조의 이상한 투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개별 노사 간 싸움을 쫓아다니지 말고 싸움의 원인을 해소하자.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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