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방식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된 것이다.

서울시는 강남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4일자로 해제한다고 3일 밝혔다.

도시개발법에 따라 구역 지정 후 2년이 되는 날까지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구역이 실효된다. 구룡마을은 2012년 8월 2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구룡마을은 서울시가 2011년 ‘100% 사용·수용방식(현금보상)’의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발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시가 2012년 환지방식(토지보상)을 일부 도입하겠다고 나서자 강남구가 반대해 사업이 표류했다. 시는 사업비 부담을 덜고 주민들을 재정착시키기 위해 임대주택 임대료를 낮추려면 환지방식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강남구는 토지주에게 특혜가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서울시와 SH공사, 거주민·토지주 대표, 전문가가 정책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강남구는 100% 수용방식을 주장하며 지난해부터 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시가 환지 규모를 축소하고 환지 용도도 주택용지로만 제한하는 등의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강남구는 이마저도 거부했고 서울시 전·현직 간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시는 “2년여간 정책협의체를 운영하며 SH공사의 개발계획안을 마련해 강남구에 두 차례 제안했지만 모두 거부한 결과 구역 지정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시는 “강남구와 협의해 도시개발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강남구도 실현 가능한 대안을 갖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개발사업이 무산되자 구룡마을 토지주들은 민영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구룡마을 토지주협의회는 오는 5일 강남구에 민영개발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강남구가 민영개발에 반대 입장이어서 토지주들의 제안서는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며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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